하지(夏至), 길어진 낮…더위가 조금씩 쌓이네
1년 중 낮 가장 긴 절기…더위는 한달 뒤 절정
모내기·기우제의 계절, 제철 음식은 ‘하지감자’
유럽은 미드솜마르·스톤헨지로 한여름 축제
중국은 국수, 일본은 문어…나라별 풍속 눈길

21일은 하지(夏至)다. 태양이 황경 90도에 이르는 때를 뜻한다. 1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머물고 낮이 가장 긴 날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모내기에 힘썼고, 유럽 지역은 축제로 이날을 기념했다.

다만 하지가 가장 더운 날은 아니다. 기상청이 2021년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년~2020년) 기준 하지의 평균기온은 22.7℃이다. 약 한달 뒤인 대서(大暑)는 26.0℃, 다시 보름 뒤인 입추는 26.7℃로 24절기 중 가장 덥다. 하지를 기점으로 태양의 복사열이 쌓이기 시작하지만, 정작 무더위는 입추에 겪게 된다.

물 공급이 어려웠기에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 단위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충북 단양과 충주 일대에서는 소를 잡아 피를 바위에 바르고 비가 내리길 빌었다는 기록이 있다.
많은 작물과 과일이 자라 먹거리가 가득하지만, 특별한 절기 음식은 없다. 이 무렵 캐는 ‘하지감자’가 대표적인 제철 작물이자 음식으로 꼽힌다.

북유럽의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은 ‘미드솜마르(Midsommar)’라는 이름으로 하지를 공휴일로 정했다. 남녀 모두 화관을 쓰고 꽃으로 장식한 기둥(메이폴) 둘레에서 민속춤을 춘다. 미드솜마르 전야에 젊은 여성이 7가지 종류의 꽃을 베개에 두고 홀로 자면 미래의 남편이 꿈에 나온다는 속설도 있다.
영국은 신석기 유적 스톤헨지에서 매년 하지 새벽 ‘힐 스톤(Heel Stone)’ 뒤로 떠오르는 해를 보려 사람들이 모인다. 영국문화유산청에 따르면 스톤헨지는 하지와 동지의 축선에 맞춰 세워졌다.
동유럽 슬라브 문화권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반 쿠팔라’ 축제에서는 모닥불을 피우고 사람들이 그 위를 뛰어넘으면 액운과 질병을 넘긴다고 여겼다.

일본은 하지로부터 11일째 되는 ‘한게쇼(半夏生)’를 절식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하지에 시작한 모내기를 이날께 마치며 휴식하기 때문이다. 일본 서부인 간사이 지역에서는 문어를 삶아 먹고, 동부 관동 지역에서는 갓 거둔 밀로 떡을 빚는다. 논에 심은 모가 문어 다리나 찹쌀떡의 찰진 성질처럼 땅에 단단히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도움말=‘24절기 이야기’(한호철 지음, 지식과교양),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농촌진흥청 농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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