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번 돈, 국민에게 돌려줄까"...미국서 불붙은 AI과세 논쟁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AI 과세 논의는 2017년 빌 게이츠가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됐다. 당시 초점은 제조업 자동화였다. 2023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논의의 성격이 달라졌다. AI가 사무직과 전문직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 정계와 학계에서는 노동세 기반을 대체할 새로운 조세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술 혁명이 사회의 기본적인 경제 계약을 재협상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 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 논의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국민이 AI의 성공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뒤인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대중에게 무언가를 돌려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부유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AI로 창출된 부를 공공 영역에서 환수해 배당금 등의 형태로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된다고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세수 구조를 보면 문제의식은 더 분명해진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의 급여세 수입을 1조 8000억 달러, 법인세 수입을 4040억 달러로 전망했다. 급여세가 법인세의 약 4.5배다. 노동소득이 줄어들고 그 몫이 기업 이익이나 주가 상승으로 이동할 경우, 정부가 복지·연금·공공서비스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AI 확산이 경제성장을 이끌더라도 각국 정부의 세수 기반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윈드폴 트러스트는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노동자를 대체할 때 해당 소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임금에서 이윤으로 이전되며,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자본소득으로 옮겨간다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지목했다.

특히 AI로 발생한 이윤이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에 귀속될 경우 개별 국가 정부가 해당 소득에 과세할 권한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윈드폴 트러스트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복지·연금·공공서비스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세수는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업계도 이 문제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최근 '인공지능 시대의 산업 정책'을 통해 "AI가 노동세 기반을 약화할 경우 자본수익·법인소득·자동화 노동과 관련된 새로운 조세 기반"을 탐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 세수 기반의 약화를 인정하며,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을 AI로 대체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적 복지 재원으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 논의를 복지 재원으로 연결한다. 샌더스는 노동을 AI로 대체하는 기업으로부터 로봇세를 걷고, 이를 실업급여·재교육·노동자 지원에 쓰자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봇과 AI를 세법상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자동화세가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며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챗봇 고객센터는 상담원을 대체한 것인가, 상담원의 반복 업무를 줄인 것인가. 로봇 배송은 배달 노동을 없앤 것인가, 배송 수요를 늘린 것인가. 알고리즘 회계 프로그램은 회계사를 대체한 것인가, 회계사의 생산성을 높인 것인가. 세법은 경계선을 요구하지만 AI는 범용 기술이다. 경계가 흐릿할수록 과세는 자의적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본소득 과세 강화론도 힘을 얻는다. AI 기업의 이익이 주가 상승과 자본이득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법인세보다 자본소득세·부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픈AI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립자는 지난 11일 FT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노동자로부터 부와 권력을 빼앗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이득 형태로 기술이 창출하는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이러한 전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서비스세도 유사한 접근이다. 챗봇 구독료, 이미지 생성 서비스 이용료, 기업용 AI API 사용료, AI 기반 문서·코딩·분석 도구 이용료 등에 소비세를 붙이는 방식이다. 시카고는 이른바 '클라우드세'를 통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SaaS, 원격 서버 이용, 데이터 처리 서비스를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물리적 장비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원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능을 빌려 쓰는 거래로 간주하는 구조다. 이러한 논리를 AI 서비스에 적용하면 구독형·사용량 기반 AI 서비스 전반에 세금을 붙일 수 있다.
다만 이는 AI 기업의 초과이윤이나 자본소득을 직접 환수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이용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AI 경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세 기반을 확보하는 현실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미국 전체 발전설비의 두 배 수준으로, 단순한 전력 수요 문제가 아니다. 누가 송전망을 증설하고, 누가 발전 비용을 부담하며, 누가 물 사용과 냉각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주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전미주의회협의회(NCSL)의 6월 통계에 따르면 14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개발 금지 또는 유예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자원 사용에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기존 세제 혜택을 줄이자는 논의도 주·지방정부 차원에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주는 전력요금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20MW 이상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1년간 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오클라호마는 전력 부하가 큰 데이터센터에 대해 2029년 11월까지 모라토리엄을 적용하고 전기요금·수자원·부동산 가치 영향을 연구할 예정이다. 조지아는 데이터센터 세액공제를 포함한 모든 세액공제를 폐지해 그 재원으로 개인소득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논의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AI 연구소들과 지분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 국민과의 파트너십"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AI 기업의 지분 일부를 확보해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양측의 동기는 다르다. 샌더스는 부의 재분배와 공익적 통제를, 트럼프는 국가 안보와 전략산업 투자에 무게를 둔다. 자유시장론자들은 정부 지분 참여가 경쟁 왜곡과 규제 포획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발한다.
오픈AI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내놨다. 오픈AI는 금융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AI 기반 경제 성장에 대한 지분을 제공하는 공공 자산 펀드 설립을 제안했다. 이 펀드는 AI 기업뿐 아니라 AI를 채택·활용하는 광범위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수익을 시민에게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정책 충돌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쪽에서는 자동화에 세금을 매기자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자동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장비 투자에 세제 혜택을 준다. 로봇세는 자동화 비용을 높이고, 감가상각 혜택은 자동화 비용을 낮춘다. 같은 정부 안에서도 산업정책과 재분배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셈이다.
AI가 노동을 대체할지, 보완할지에 대한 실증 데이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강한 AI세를 선제 도입할 경우 기업들이 규제가 약한 국가로 이전하거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아무 장치도 두지 않는다면 AI가 만든 부가 소수 기업과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노동 기반 세수는 약화될 수 있다.
결국 AI가 만든 생산성 향상과 부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 전체의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미국은 지금 혁신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AI 경제의 과실을 공정하게 배분할 새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 질문은 대한민국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나오는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논의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AI 인프라 핵심 기업들이 창출하는 초과 세수를, 노르웨이가 북해 유전 수익을 국부펀드로 적립한 것처럼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혁신이 소수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국민의 세금으로 쌓은 산업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는 논리였다.
발언 직후 코스피가 급락하고 청와대가 하루 만에 "개인 의견"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의 자체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AI가 만들어내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와 같은 논리구조의 질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은 AI 인프라 생산국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공급망을 통해 AI 경제의 과실을 직접 수확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동화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과 세수 기반 약화라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미국의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수렴되는지가 한국의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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