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버티다 판교 갑니다”...반도체 연봉 충북 6400만 vs 경기 8200만

김용훈 2026. 6.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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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지역 제조업 일자리 현장 분석
목표 초과 달성에도 청년은 수도권으로…‘성과의 역설’ 지적
고용정보원 “일자리 정책, 채용 중심서 정주 지원 중심으로”
삼성전자 서초 본사 사옥과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본사 사옥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충북 반도체산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일자리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정작 키워낸 인재들은 판교와 용인, 화성으로 떠났다.

지역 제조업 일자리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쓰여 온 채용 장려금이 ‘성과의 역설’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람을 뽑는 데 돈을 쓰는 방식만으로는 청년 인재를 지역에 붙잡아둘 수 없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기본연구 보고서 ‘지역 제조업 일자리 지원 사례와 모델’에 따르면 경북 자동차부품, 인천 뿌리산업, 광주 가전, 충북 반도체 등 4개 지역 제조업은 산업 여건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청년 유출, 숙련인력 부족, 산업전환 압박을 겪고 있었다.

고용정보원은 “채용 단계에 집중된 지원만으로는 일자리의 질 개선이나 장기근속 유도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정책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충북 반도체 “뽑아도 떠난다”…연봉 1800만원 차에 수도권행
징검다리 현상 [헤럴드경제]

가장 뚜렷한 사례는 충북 반도체산업이다.

충북은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DB하이텍 음성공장 등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지역이다. 하지만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충북 반도체 제조업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014년 경기도의 92.4%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77.9%까지 낮아졌다. 경기도 반도체 기업의 평균 급여가 8200만원인 반면 충북은 6400만원에 그쳤다.

이런 임금 격차는 ‘징검다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대학이나 충북 중소기업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더 높은 임금과 경력 기회를 찾아 판교·용인·화성 등 수도권 반도체 기업으로 옮겨가는 구조다. 사례조사에서는 일부 직종의 연간 이직률이 최대 70%에 달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문제는 정책 성과 지표만 보면 실패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북 반도체 일자리 사업은 2023년 목표인원 919명 대비 957명을 달성해 목표 달성률 104.1%를 기록했다. 2024년에도 일부 사업은 목표 대비 최대 135.8%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기간을 채우고 나면 80% 정도가 이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채용 인원은 늘었지만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금전 지원과 정착 지원이 결합된 사업에서는 효과가 확인됐다. 충북의 내일채움공제 참여자 535명 중 1년 이상 근속자는 485명으로 90.6%에 달했다. 연구진은 단순 채용장려금보다 자산 형성, 주거, 복지 등 정주 여건을 함께 지원할 때 고용 유지 효과가 높아진다고 봤다.

경북 자동차부품산업도 비슷한 한계를 드러냈다.

경북은 1900여개 자동차부품업체가 밀집한 국내 주요 부품 생산 거점이지만, 완성차 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전체 1414개사 중 41개, 3%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부품 중심의 2·3차 협력사다. 전기차 전환이 빨라질수록 사업 재편 압박은 커지지만, 하위 협력사는 기술 전환 역량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경상북도의 ‘미래차 전환기 자동차부품 상생형 일자리 프로젝트’는 2024년 목표 대비 106.6%의 고용창출 실적을 냈다. 그러나 고용정보원은 “근로자가 체감하는 임금·복지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지원이 실제 일자리 질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청년층 유입과 장기근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은 외국인, 광주는 구조개편…“채용보다 정착이 중요”

인천 뿌리산업은 청년 기피와 외국인력 의존이 동시에 나타났다.

남동·주안공단을 중심으로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 업체가 밀집해 있지만 50인 미만 영세기업이 90% 이상이다. 종사자 중 50대 이상은 40.6%인 반면 20대는 9%에 그쳤다. 청년층 이직률은 15.2%로 전국 평균 8.4%보다 높았다. 이직 고려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57.6%로 가장 많았다.

인력난의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인천 뿌리산업 종사자 중 외국인 비율은 11.5%로 전국 평균 8.7%보다 높았다. 일부 소규모 표면처리 업체는 내국인 채용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국인 근로자만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었다. 연구진은 외국인력을 단순노무 인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숙련기능인력으로 육성해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가전산업은 대기업 의존형 하청 구조의 한계를 보여줬다.

광주 가전산업은 2022년 기준 지역 제조업 생산액의 24.5%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이지만, 삼성전자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과 위니아 법정관리 사태로 충격을 받았다. 광주시는 기업 진단 뒤 컨설팅, 시제품 제작, 마케팅을 묶어 지원하는 ‘가전산업 내일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2024년 목표 대비 고용창출 달성률은 129.3%를 기록했다. 다만 고용정보원은 OEM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ODM·OBM으로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고용정보원은 4개 지역 사례를 종합해 지역 제조업 일자리 정책이 채용장려금 중심에서 단계별 패키지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입직 단계의 교육 바우처, 적응 단계의 스킬업 인증, 정착 단계의 지역 정착금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성장 산업인 반도체·미래차에는 주거·문화·자산 형성을 포함한 정주 지원이 필요하고, 쇠퇴·고도화 산업인 뿌리·가전에는 자동화 전환, 직무전환 컨설팅, 근무환경 개선을 묶은 통합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용정보원은 “산업 전환 지원금을 근무환경 개선 이행과 연동해야 한다”며 “지역 일자리 정책은 단순 매칭을 넘어 산업 성장 단계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설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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