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천, 일본 동의’로 한국 G7 회원국 될까
이재명 대통령, 프랑스 G7도 ‘초청 손님’으로 참석
日 의원 “일본 추천으로 한국, 호주 넣어 G9 만들자”
캐나다·이탈리아 못지 않은 경제력, 자격은 충분
다카이치 日총리는 한국 G7 가입에 어떤 입장인가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 후 18일 귀국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식 초청을 받아 G7 정상들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가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환담 시간 가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외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라 초청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 회의에는 참석할 수 있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초청 여부 자체가 개최국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22년 G7 독일 정상회의와 2024년 G7 이탈리아 정상회의에는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초청받아서 함께 사진은 찍을 수 있지만 핵심 논의는 여전히 원래의 7개 회원국이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합니다.
“G7, 가입국 늘려 중국 부상에 대응해야”
그렇다면 한국은 G7 정식 회원국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G7 가입 가능성을 타진해 왔는데, 제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도쿄 특파원 시절이었습니다.
2020년 당시 지인의 소개로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정조회장 대리였던 야마우치 고이치(山內康一) 의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출신으로 원래 고노 다로 의원의 지원을 받아 자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당시 4선 의원으로 중의원 외무위원회 간사와 입헌민주당 외교부회장을 맡고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였습니다.
그 무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확대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추가로 초청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만난 야마우치 의원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와 인도까지 포함한 확대는 G20처럼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G9 체제를 제안했습니다.
“일본의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호주가 G9에 참가하는 것은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 캐나다를 앞서고 인구도 더 많습니다. 자격은 충분합니다.”
순간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일본은 G7에서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G7 가입에 일본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중진 정치인이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G9 구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나선 겁니다.
야마우치 의원은 G9 체제가 되면 유럽에 편중된 현재 구조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힘을 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국력이 커진 중국을 개별 국가가 일대일로 상대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와 같은 경제 체제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일본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는 “G9 구상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이 먼저 한국의 참여를 제안하는 것이다. 한국에 강경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런 제안을 한다면 일본 우익도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G9 국가들이 일한 관계의 보증인이 된다면 양국이 합의했다가 다시 충돌하는 일이 반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그의 동의를 얻어 이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그러자 기사가 나간 날 아침 국민의힘의 중진 정치인이 국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일본 내 한국의 G7 관련 동향을 물어보며 야마우치 의원을 연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만큼 당시에는 파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 거치며 G7 관심 높아져
대한민국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이 추진하던 것을 대부분 깔아뭉개버립니다. 이념 체계가 같은 정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G7 가입 문제는 다릅니다. 2010년대부터 이 사안은 정권을 가리지 않는 국가 목표가 됐습니다.
한국의 ‘G8 국가’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정부는 문재인 정부입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은 G7 확대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2021년 영국 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받자 한국이 사실상 G8 반열에 올라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박진 외교부 장관이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와 함께 한국의 G7 가입 가능성을 중요한 외교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박 장관은 G7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2023년 10월 박장관은 서울에 주재하는 G7 국가 대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 아이보시 고이치 일본 대사,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 등 G7 대사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박 장관이 건배를 제안하며 말했습니다.
“G7에 한국을 더하면 무엇이 됩니까.”
박 장관의 의도를 감지한 한 외국 대사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G8입니다.”
박 장관은 얼마 후 프랑스·독일·캐나다 외교장관이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시아로 올 때도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 회담을 가졌습니다. 박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요한 행사에서 한국의 G7 진입을 빈번하게 거론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 “한국 G7 가입 자격 충분”
최근 국제사회에서 G7의 역할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안보리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미·중 경쟁이 격화하면서 G20 역시 공동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선진국 협의체인 G7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은 G7 회원국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국은 이미 경제력과 민주주의, 군사력, 문화적 영향력 면에서 세계 정상급 국가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2023년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의 G7 가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G7 회원국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 규모도 뒷받침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이른바 ‘30-50 클럽’ 국가입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G7 회원국들입니다.
한국의 위상은 무역 규모에서도 확인됩니다. 2025년 한국의 교역액은 1조341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G7 국가인 이탈리아와 캐나다를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이며, 프랑스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입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 방산,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G7 가입 관건은 미국과 일본
G7에는 별도의 가입 절차도, 사무국도 없습니다. 결국 미국이 추천하고 일본이 동의한다면, 다시 말해 일본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G7 가입은 가능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특히 상당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 G7가입의 관건은 미국보다 일본”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G7의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일본의 국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상황에서 ‘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이라는 타이틀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자민당 보수파 일각에는 여전히 한국을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로 인정하는 데 거부감이 존재합니다.
한 전직 주일대사는 “일본이 지금도 자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제적 위상 중 하나가 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이라는 점이다. 일본 보수 정치권이 과연 그 지위를 한국과 나누려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G7 가입을 지지하는 대가로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국의 G7 가입은 크게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과연 미국이 추천하고 일본이 동의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한국의 G7 회원국 진입 가능성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G7 확대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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