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에 중독된 한국 정치… 與의원, 유엔 회의中 “트럼프에 한 방 날려”
유엔 장애인협약 회의 참석

“오메 오메 이게 다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랑께. 전쟁 그만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돈 좀 쓰십시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및 주요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유엔 등에 대한 분담금 납부를 미루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서 의원은 “미국이 원래 유엔 예산의 22%를 책임지는 최대 분담국이었는데 지금 유엔이 길바닥에 주저않게 생겼다”며 “가는 곳마다 사방에 이렇게 해진 의자가 있었다”고 했다. 길이가 1분도 안 되는 이 ‘쇼츠(shorts)’ 영상에는 “유엔에서 트럼프에게 한 방 날리는 서미화”란 제목이 붙었다. 여당 의원이 우방인 미국의 대통령을 콕 집어 저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서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김예지·최보윤 의원과 함께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19차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UNCRPD)’ 당사국 회의에 참석했다. 유엔이 채택해 올해 20년을 맞은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협력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회의다. 서 의원은 세션에서 국회가 지난 4월 제정한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해 설명하고, 이번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부대 행사 등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이 촬영한 영상은 뉴욕 유엔 본부 안에서 다른 발표자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국제 다자(多者) 회의 도중에 나타난 이런 모습은 ‘쇼츠’에 중독된 한국 정치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
의원들이 보좌진을 동원해 자기 홍보용으로 ‘쇼츠’를 제작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여야가 가장 격하게 충돌하는 법제사법위원회 등은 개개인의 인지도를 쌓고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기 위한 홍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의회에서도 의원들이 유권자에게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숏폼 영상을 활용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거의 매일 같이 영상이 올라오는 한국 국회의원들과는 일대일 비교가 어렵다. 특히 상·하원 본회의의 경우 휴대 전화 소지 여부까지 검사하지는 않지만, 회의장 내에서 이뤄지는 전화 통화나 영상 촬영 등은 단속이 가능하다. 회의장 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리는 일도 금지돼 있다고 한다. 입법부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에서 구성원들 스스로가 권위와 품위를 지키려 노력하려는 측면이 있다.
서 의원은 지난달 지방 선거를 앞두고는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 누구냐고요?’란 제목의 쇼츠를 올려 “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라며 “한국의 주적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회를 총칼로 우리 국회를 침탈한 내란수괴 윤석열하고 그 잔당들 아니냐. 언제적 반공 몰이를 하고 있냐”라고 했다. 이어 “색깔론으로 선거를 혼탁하게 하는 구태 정치를 이번 참에 확실하게 끝장내버려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확실하게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주적’이라는 표현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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