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이 있다" 육성투수 최고 144km 직구에 최형우도 밀린다..."볼끝? 아닌 믹스"

정현석 2026. 6. 2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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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박준영.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6.02/

[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이글스 '육성선수 출신' 우완 박준영이 또 한 번의 인상적인 피칭으로 벤치와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박준영은 지난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3안타 4사구 2개 6탈삼진 2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삼성의 에이스이자 리그 최고 외인 아리엘 후라도와 대등한 선발 맞대결을 펼치며 팀의 3대3 무승부를 이끄는 값진 발판을 마련한 순간이었다.

삼성의 대표적 강타자 최형우마저도 박준영의 직구에 타이밍이 늦는 모습. 이날 박준영은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 평균 구속은 141㎞에 불과했다. 수치상 리그를 압도할 만한 강속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최형우 등 삼성이 자랑하는 타자들이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5.19/

20일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한화 김경문 감독은 박준영의 직구 구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피드보다 볼끝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질문에 김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비결은 단순한 '볼 끝'이 아닌, 영리한 '믹스(Mix)'와 '컨트롤'에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볼끝보다도 그 친구가 변화구들을 나름대로 컨트롤 있게 던진다"라며 "그러니까 직구가 144㎞가 찍히는데 그 공이 (타자들에겐) 더 빠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구를 자기 나름대로 어린 나이에 이것저것 다 지저분하게 존 안에 던진다. 다른 어린 투수들은 스피드만 가지고 던지다가 컨트롤이 가운데로 몰리곤 하는데, 박준영은 벌써 조금씩 조금씩 공을 변화시키는 체인지업이라든지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직구를 던지니 더 빨라 보인다. 그 덕에 지금 마운드에서 잘 싸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박준영.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6.02/

19일 삼성전 구종별 지표를 살펴보면 김경문 감독의 칭찬이 그대로 증명된다.

이날 박준영은 총 79개의 공을 던지며 직구 39개, 체인지업 19개, 슬라이더 13개, 커브 8개를 섞어 던졌다. 최고 144km, 평균 141km에 머문 직구(스트라이크 27개, 볼 12개)의 위력을 극대화한 것은 다름 아닌 변화구의 정교한 완급조절이었다.

특히 120km대 초반의 체인지업(19구)과 130km대 초반의 슬라이더(13구)를 결정구와 카운트 잡는 용도로 적절히 버무렸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총 53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 안정된 컨트롤과 지저분한 변화구 궤적으로 타자들의 시선을 완벽히 분산시켰다.
2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 훈련을 마친 권민규과 박준영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5.21/

숫자로 보이는 구속이 전부가 아님을 몸소 증명해 내고 있는 박준영.

프로 통산 1군 8경기, 2군 7경기 등판이 전부인 루키 투수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육성선수로 입단, 당당히 팀의 선발 한 축으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스스로 증명해 가고 있는 박준영. 아마 야구를 휩쓸고 있는 '스피드 열풍'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신선한 사례다.

제구력과 영리한 볼 배합으로 완급조절에 성공하며 한화 선발 한축을 차지한 젊은 우완의 성장 과정이 '볼만 빠르고' 제구가 없는 고평가된 파이어볼러들에게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아마 야구 투수 육성의 지향점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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