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계진 "환상적"이라는데, 지표는 마이너스…ML 타격 2위하니, 이정후 수비 재평가도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박승환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현재 내셔널리그 타격왕 자리를 놓고 오토 로페즈(마이애미 말린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는 공격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이정후에게도 늘 칭찬만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수비 때문이다.
이정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기준으로 67경기에서 84안타 4홈런 26타점 37득점 타율 0.328 OPS 0.812를 기록 중이다. 스탯을 뜯어본다면 이정후의 볼넷 비율은 메이저리그 최하위권 수준이지만, 헛스윙을 비롯해 삼진율, 병살타 확률은 리그 최상위권 수준이다. 볼넷도 덜 얻어내지만,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타를 칠 확률도 그만큼 낮다. 순수 컨택 능력만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비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이정후의 수비 스탯은 메이저리그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비 지표에서 플러스 수치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는 -2, 송구 능력은 -1에 불과하다. 리그 하위 20% 수준이다. 이를 종합한 수비 기여도는 -3으로 하위 15%. 그리고 '팬 그래프'의 DRS(수비 기여도)는 -3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치와 달리 현지 중계진들은 이정후의 수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더블헤더 경기 당시 데이브 플레밍은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타석에 들어서자 이정후를 "훌륭한 후계자"라고 표현했고, 하비 로페즈는 "환상적"이라며 "KBO에서 MLB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도 글러브는 전혀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며, 아주 훌륭하게 적응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런 수치와 평가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맥코비 클로니클스'는 20일 이정후의 수비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체는 "통계사이트들은 한 번도 이정후의 수비를 높게 평가한 적이 없다. 2025년 DRS -18, OAA -5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권 외야 수비 성적을 남겼다. 우익수 전향은 이정후의 능력에 더 잘 맞을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이 몇 달 지난 지금도 수비 지표는 여전히 설득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렇다면 매일 이정후의 수비를 지켜보며 분석하는 플레밍과 로페즈 같은 야구 전문가들은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잘못된 평가를 내린 것일까?"라며 "아마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이정후의 수비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수비 지표가 이렇게까지 낮다는 사실에는 꽤 놀랐다. 아마 많은 팬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맥코비 클로니클스'는 수비 지표가 산출되는 것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OAA는 기대치를 초과하는 플레이에는 큰 보상을 주고, 기대치를 밑도는 플레이에는 냉정한 벌점을 부여한다. 이정후의 수비는 '환상적'도 아니고 '형편없음'도 아니다. 눈에 띄는 실수도, 눈부신 호수비도 없이 자기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정후는 올해 포구 확률 90% 이상인 타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반대로 포구 확률 80% 이하의 어려운 타구를 잡은 경우도 단 두 번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정후의 수비 평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한 달 전 한 이닝에서 발생한 플라이볼 두 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정후는 셰이 랭글리어스와 브렌트 루커 타구를 모두 잡아낼 수 있었음에도 안타로 내주는 수비를 했다. 랭글리어스 타구의 기대 타율은 0.080-포구 확률 85%, 루커의 타구의 기대 타율은 0.070-포구 확률은 90%였다. 이 두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이정후의 OAA는 무려 1.75나 깎였다.


'맥코비 클로니클스'는 "이 손실을 만회하려면 비슷한 플라이볼을 18개 연속 처리하거나, 혹은 엄청난 호수비 두 개가 필요하다. OAA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저 너무 냉정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후의 수비 철학은 판단력이다. 이정후가 우익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이정후가 모든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5월 30일 쿠어스필드에서 카일 캐로스의 타구를 펜스에 충돌하면서 잡아냈고, 6월 15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는 마이클 부시의 장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수치상으로도, 눈으로 보기에도 2026년 이정후 최고의 수비였다"고 전했다.
즉 지난 5월 16일 애슬레틱스전에서의 아쉬운 판단이 수비 지표를 대거 까먹었지만, 이정후의 수비는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이 '맥코비 클로니클스'의 설명이다. 수치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만, 수치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도 이정후의 활약을 짚는 기사에서 "눈으로 보는 평가와 고급 수비 지표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기여도는 외부 평가보다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후가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수비의 평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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