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도 못 살릴 전술"...손흥민 고립시키는 홍명보호의 '모순'[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이영규 2026. 6.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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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를 지우는' 전술, 메시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상징성에 기댄 ‘방패막이 기용’으로 전술 부재 감출 수 없어

한국의 '캡틴' 손흥민(오른쪽)이 19일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강한 밀착 마크에 시달리고 있다./과달라하라=KFA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역설적인 상상을 하나 해보자. 만약 리오넬 메시가 지금의 홍명보호에 있었다면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전방에 메시 한 명만 외롭게 세워둔 채, 나머지 선수들은 라인을 깊게 내리고 수비에만 치중하다가 줄기차게 상대 뒷공간으로 롱볼만 때려 넣는 축구. 이 상황에서 메시가 골을 넣을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살아있는 전설’이 골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상대 수비진의 오금은 저릴 것이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의 유기적인 공격 지원과 공간 창출이 전무하다면, 아무리 메시라도 밀집 수비의 벽을 홀로 뚫어낼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와 비견될 만한 능력을 갖춘 동료들이 함께 문전으로 침투하며 수비 시선을 분산시켜 주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 에이스의 활약은 개인의 재능을 넘어, 그 재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술적 환경 안에서 완성된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0번)가 지난 17일(한국시간) 2026북중미월드컵 알제리전에사 골을 터뜨린뒤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 '실리 축구'라는 변명과 최고 무기의 낭비

세계적인 강팀일수록 공수 밸런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 대한민국은 전력상 열세인 상황에서 실리적인 수비 지향적 축구를 선택하곤 한다. 이는 현실적인 대처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등하거나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를 마주했을 때조차 실점 공포에 사로잡혀 라인을 내리고, 수비 성향의 선수들로 라인업을 채우는 소극적 선택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전방을 책임지는 공격수는 피치 위에서 가장 고단하고 외로운 섬이 된다. 하물며 그 선수가 손흥민과 같이 세계 축구계를 리드해 온 톱티어급 공격수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반 내내 홀로 상대 수비진과 온갖 육탄전을 벌이며 소득 없이 체력을 고갈시키게 만든 뒤, 후반 중반에 교체 아웃시키는 방식. 이는 세계적인 명망을 받는 골잡이에 대한 예우를 떠나, 전술적으로도 명백한 ‘최고 무기의 낭비’다.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기록하며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솔트레이크시티=KFA

◆ 정경호의 강원과 홍명보호의 결정적 차이

물론 전방 공격수를 체력 소모용 카드로 쓰는 전술적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강원 FC 정경호 감독의 게겐프레싱(전방 압박)이 대표적이다. 강원의 투 포워드는 골을 직접 넣는 목적보다, 전방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볼을 탈취해 숏카운터를 노리는 전술적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전반 45분 동안 피를 토하듯 체력을 쏟아붓고 후반 초·중반에 교체 아웃되며, 그 덕분에 후반에 투입된 외국인 선수 아부달라 등이 상대의 무뎌진 수비 대형을 뚫고 결승골을 넣는 영리한 경기 운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사례가 홍명보 감독의 ‘손흥민 사용법’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강원의 전술은 철저히 계산된 조직적 압박과 세밀한 역습 프로세스 위에서 작동하지만, 홍명보호의 축구는 그저 손흥민이라는 개인의 이름값과 희생에만 기대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진짜 무기는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의 치명적인 슈팅력과 결정력이다. 그런 선수를 전문 압박형 포워드나 롱볼 경합용 ‘소비재’로 쓰는 것은 전술적 무능의 방증일 뿐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1승 1패에 그쳤다. 에이스를 살리는 효과적인 공격 전술이 있었다면 우리는 훨씬 수월하게 2승을 거두었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해진다. 팀을 위한 선수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책임감에만 기대어, 그의 실질적인 가치를 소모품처럼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홍명보 감독(오른쪽)이 19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멕시코와의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다./과달라하라(멕시코)=KFA

◆ '원톱 배치'라는 수사와 에이스 지우기

이제 홍명보 감독은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손흥민의 기용법을 진단하며 "손흥민의 득점을 우선하는 기용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구두선은 허울에 불과했다. 공격수를 그저 원톱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득점을 위한 기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메시를 그렇게 썼어도 발이 묶여 한 골조차 넣기 힘들었을 것이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이 체코전을 보고 난 뒤 "손흥민이 불쌍하다"고 탄식한 것은 비단 그만의 생각이 아니다. 축구를 높은 안목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직시하고 있는 본질이다.

이미 홍 감독은 대표팀의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주장직 교체 및 선발 명단 제외 논란 등을 거치며, 에이스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여론의 부담감 속에 결국 손흥민을 중용하는 선택을 내렸으나, 정작 피치 위에서는 전술적 지원 없이 선수의 가치만을 소모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선수를 전면에 내세워 비판을 상쇄하면서도, 경기력 면에서는 고립시키는 모순된 결과를 낳고 있다. 진정 손흥민의 스타일이 전술적 지향점과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과감한 결단으로 자신만의 축구를 보여주고 그 결과로 당당히 평가받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 축구의 역대급 에이스로서, 손흥민의 가치와 헌신이 이런 식으로 소모되기엔 너무나도 안타깝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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