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증거는 '술 파티' 가리켰으나…"법무부 직무유기"
김성태 구치소 녹취록, 쌍방울 법카 결제 내역
이화영 동료 재소자 증언 모두 '술파티' 뒷받침
김광민 "무죄 밝혀줄 핵심 증거가 통째로 누락"
"재판부 명령까지 묵살한 검찰 제 식구 감싸기"
김현철 "이화영 폭로 중 '술'만 떼내 부당 기소"
"법무부, 박상용 징계 안 하고 최악의 결과 초래"
"술파티도 증명 못 하는데 조작 기소는 어떻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어 술파티' 위증 혐의로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 전 부지사는 지금까지 "위증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왔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언과 증언도 다수 존재한다.
다시금 짚어 보면, 술파티 의혹 당일인 2023년 5월 17일 오전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은 수원구치소로 면회 온 회사 임직원에게 "오늘 내가 이화영과 대질해서 끝장을 본다.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야 편한데, 페트병에 담아 물처럼 꾸며 준비해 와라. 내가 검사에게 이미 말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까지 제시됐다. 실제 박상웅 전 이사 명의의 쌍방울 법인카드로 이날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소주 4병, 생수 3통을 구매한 결제 내역도 확인된 바 있다.
이날 저녁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수원지검 1313호 박상용 검사실에서 이뤄진 저녁 자리에 박 검사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박상웅 전 이사가 참석했다는 교도관들 진술도 있으며, 이날 밤 수원구치소로 복귀한 이 전 부지사가 "술 한잔해서 기분 좋다. 안주로 회를 먹었다"고 말했다는 동료 재소자의 증언도 공개된 상태다. 심지어 대검찰청 산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가 실시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술파티 진술은 '진실'로 판정됐다. 김 전 회장과 박 전 이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고검은 '술 반입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수사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재판부가 수사 자료를 제출하라 명령했음에도 거부했다"면서 "결국 무죄를 밝혀줄 핵심 증거가 통째로 누락된 채 억울한 유죄 판결이 나고 말았다. 수원지검 식구들이 다칠까 봐 재판부의 명령까지 묵살하며 진실을 덮어버린 소름 돋는 '제 식구 감싸기'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이렇게나 무섭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래도 못내 아쉬운 것은 거짓말 탐지기, 편의점 영수증, 동료 재소자 증언 등 객관적 증거가 모두 술 파티를 지목했음에도 유죄가 나온 것"이라며 "이런 검찰에게 계속 우리의 정의를 맡길 수 있겠는가?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역시…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김현철 변호사는 애초에 이 사건 기소 자체가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기소는 "피고인 이화영이 2024년 10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소추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3년 5월 17일 수원지방검찰청 1313호실에서 술을 제공받았다'고 허위로 진술해 위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는 전체 40여 분간의 진술에서 ①공범 분리 규정 위반 ②진술 회유와 압박 ③진술 세미나 ④김성태에 대한 지나친 특혜 ⑤외부 음식물 반입을 고발했고, 그중 다섯 번째 외부 음식물 중의 하나로 '술이 들어왔다'고 약 1분간 언급했다. 그 뒤 법무부 감찰 과정에서 교도관들의 진술로 위 다섯 가지 사항이 모두 증명됐고, 다만 '술'은 생수병에 담겨 있었던 탓에 교도관들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증죄의 허위 진술 판단에 관해 대법원은 "그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당해 신문 절차에 있어서 증언 전체를 일체로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86도2584). 만약 검찰이 위 진술 전체를 위증죄로 기소했다면, 외부 음식물 중 '술' 하나가 불분명한 것만으로 위증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화영의 다섯 가지 고발 가운데 '술' 하나만을 떼어내 위증죄로 기소했다. 그래서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다섯 가지 고발을 했고, '술'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증명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서 기소된 '술'에 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배심원들에게 설명했다. 재판부의 그러한 태도 자체는 비난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형사소송법이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한 것만 판단 대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술이 없었다'고 진술한 증인들, 즉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박상웅 전 이사 등은 박상용 검사의 위법행위를 덮어줘야 할 공동의 이익이 있음에도 배심원단의 평의 과정에서 그 점이 제외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법무부는 '이화영 위증죄 재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술자리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박상용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렸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은 뒤 "이 사건 기소에서 유죄는 오직 '술이 없었다'고 확신할 때만 해당하고, '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라는 판단은 무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재판 중간에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배심원단은) '술 반입이 입증됐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진술 전체에서 아주 작은 파편을 떼어내 기소한 검찰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결국 이화영이 박상용 검사의 여러 위법 사실을 고발했음에도 그중 '술' 하나만을 떼어내고, 사실상 이화영에게 '술 반입 사실'을 증명하게 한 기소 자체가 문제였다. 법무부가 조기에 이런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서울고검 TF가 '검찰청에 술이 반입됐다'라는 취지의 감찰 결과를 대검찰청에 보고했고, 이를 기초로 법무부가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권한 범위 내에서 이런 처분을 행할 수 있음에도 민간인인 이화영이 검사의 위법 사실을 증명하도록 떠넘겼고, '술 반입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꼴이 된 이화영은 징역 4월의 위증죄 처벌을 받게 됐다.
김 변호사는 "이는 법무부의 직무유기이며, 이런 법무부의 부작위는 검사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한 이화영에게 다시 '2차 가해'를 자행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법무부는 자신의 권한으로 처분을 내릴 수 있음에도 지나친 보신주의와 우유부단함으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서울고검 TF는 변호인단이 요청한 수사 자료 문서송부촉탁도 거절했다"며 "이제 법무부가 박상용을 징계할 수 있을까? '개가 날개를 달았다.' 박상용 연어 술파티도 증명 못 하는데 어떻게 조작 기소를 증명할 건가?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수사도 저희 변호인들에게 떠넘길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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