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구걸했다” 트럼프 말에 폭발한 멜로니…G7 화해 무드 파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크게 충돌했다.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양측이 화해 분위기를 연출한 지 불과 며칠 만이다.
한때 두 사람은 ‘절친’ 사이였다.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 가운데 트럼프의 돌출 행동을 그래도 이해하려 노력해온 사람은 멜로니 총리 한 사람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크게 갈라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그와 멜로니 총리는 물론 유럽 정상들 사이의 ‘휴전’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리아 방송 La7과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에 대해 “그녀가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 안달이 났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애원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안쓰러워 보여서” 사진 촬영에 응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멜로니 총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라며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이탈리아도 누구에게 애원하지 않는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멜로니 총리는 또 “미국 대통령이 왜 동맹국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서방의 적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강경함을 오히려 동맹들에게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은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이 “멜로니 총리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예정됐던 미·이탈리아 경제행사도 역시 취소됐다.
국방장관 귀도 크로세토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도 멜로니 엄호에 나서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의 위신을 깎아내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충돌은 더욱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멜로니 총리는 그동안 유럽에서 가장 친(親)트럼프 성향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보수주의와 국가주의를 공유하며 트럼프 진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란 문제와 교황 레오 14세를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양측 관계는 눈에 띄게 냉각됐다.
실제로 G7 정상회의 기간에는 양측이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관계 복원 신호를 보냈다. 멜로니 총리는 당시 “우리는 항상 친구였다”고 말했고,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봉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설전으로 그러한 기대는 무색해졌다.
WSJ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 감정싸움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 누적된 불신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한때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유럽 우군으로 여겨졌던 멜로니마저 공개적으로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의 균열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산 해미천서 여중생 2명 수심 2m 물에 빠져…1명 사망
- 인천서 발견된 다리, 요양병원 봉사자가 재활용으로 잘못 배출 확인돼
- [속보] 중국에 반도체 기술 넘겨도 ‘집유’ 선고한 판사…2심선 ‘실형’
- “만나러 왔다” 학교 앞서 여자 초등생 스토킹한 60대 긴급체포
- [속보] 세종서 또 시내버스 정류장 돌진…벤치 앉아있던 중학생 부상
- 되살아난 ‘염전노예’ 논란…광주전남 노동·인권단체 “일부 일탈 아니다” 규탄
- 훈련장 드론 출현에 ‘경악’…홍명보 “가장 중요한 시간에 벌어져 유감”
- 1조 공사비 까보니 "1700억 거품"…SH가 잡아낸 재건축 ‘뻥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