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에 이름 바꾸고 영하 10도에서 한강 캐치볼, 끝내 프로 첫 승리까지…'왕옌청 조기 강판' 변수 지운 장유호의 역투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영하 10도의 날씨에 한강에서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름까지 바꿨다. 간절함을 품고 1군으로 돌아온 장유호(한화 이글스)를 기다린 건 프로 데뷔 첫 승리였다.
장유호는 2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등판해 2⅓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장유호의 등판은 다소 갑작스러웠다. 날씨가 문제였다. 3회 초 갑작스레 거세진 비로 경기가 9분 동안 멈춘 뒤 재개됐다. 그러나 불과 15분도 채 지나지 않다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고, 방수포가 다시 한번 덮였다.
이번에는 무려 42분이나 경기가 중단됐다. 연이은 경기 중단의 여파로 어깨가 식어버린 한화 선발 왕옌청은 2⅔이닝 3실점의 기록만 남긴 채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대신 장유호가 불펜에서 몸을 푼 뒤 급하게 배턴을 넘겨받았다.

갑작스러운 등판이라 영점이 덜 잡힌 탓일까. 3회를 잘 넘긴 장유호는 4회 들어 안타와 볼넷, 진루타로 1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후 최형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으며 실점했다. 스코어는 1-4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타선이 4회 말에만 무려 8점을 몰아치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힘을 얻은 장유호는 5회에 다시 등판해 박승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걸 제외하면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제 몫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유호가 5회까지 책임진 덕에 한화는 경기 후반부에 필승조 자원들을 순차 투입하며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덕분에 10-4로 이기며 지긋지긋한 6연패에서 탈출했고, 장유호에게는 구원승이 기록됐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2019년 데뷔해 1군과 2군을 오가며 치열하게 경쟁해 온 장유호가 1군 통산 41번째 경기에서 따낸 값진 첫 승리였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연패까지 끊어내며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2000년생 우완 투수인 장유호는 201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 당시 이름은 '장지수'였다. 2022시즌 후 한화로 트레이드됐으나 이적 후 1군에서 통산 14경기 등판에 그쳤다.
'장지수'라는 이름이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은 따로 있었다. 2024년 5월 9일 롯데전에서 8회 연이은 안타와 실책이 겹치며 무사 만루를 쌓고 강판당했고, 이어 등판한 김규연이 전준우에게 만루 홈런을 맞았다. 이때 덕아웃에서 자책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장유호'로 개명했다. 장유호는 지난 1월 구단 유튜브 'Eagles TV(이글스티비)'와의 인터뷰에서 "'이름부터 바꾸고 마음가짐부터 바꿔 보자'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마음가짐은 그대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장유호는 "한강 바람을 맞으며 캐치볼했다. 손동현(KT 위즈)이 성남고 동기인데, 포크볼을 정말 잘 던진다. 같이 연구하면서 포크볼만 던졌다. 2~3주 운동하고 성남고 가서 계속 했다"라고 전했다.
12월 말~1월 초 서울은 최저 영하 10도 언저리에 달하는 강한 한파가 몰아쳤다. 심지어 한강의 차디찬 바람을 맞으면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진다. 그 추위를 뚫고 훈련에 매진한 것이다.
노력의 결과인지 장유호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14경기 50⅔이닝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31이라는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이에 지난 5일 정식 선수로 전환된 데 이어 곧바로 1군의 부름까지 받았다.

콜업 후 장유호는 추격조로 주로 나서며 나쁘지 않은 투구로 1군에 순조로이 적응해 나갔다. 그러더니 이번 경기에서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제 임무를 잘 수행하며 데뷔 첫 승리의 감격까지 맛봤다. 시즌 성적은 4경기 1승 평균자책점 3.18(5⅔이닝 2실점)이 됐다.
한동안 불펜난에 시달리던 한화는 마무리 이민우와 그 앞의 박상원, 조동욱, 이상규까지 어느 정도 불펜진이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격조 자원들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필승조 자원들도 아직 안정감을 100% 확보했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장유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 불펜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간절함으로 무장해 1군에 돌아온 장유호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유튜브 'Eagles TV'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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