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경찰보다 범인 말을 더 믿더라”…제주 보이스피싱 절반 줄인 비결

고경호 기자(ko.kyeongho@mk.co.kr) 2026. 6. 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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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진 제주경찰청 강력계 반장
제주 보이스피싱 48.5% 급감
‘피싱범죄전담 수사팀’ 활약 성과
가스라이팅 피해자 설득 송금 막아
제주경찰 보이스피싱 수사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서경진 제주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반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자 대부분이 가해자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상태라 오히려 출동한 경찰을 믿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전화기 너머 목소리보다 바로 눈앞의 경찰을 믿어달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대폭 감소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건)보다 48.5%나 급감했다. 제주경찰청과 동부·서부·서귀포경찰서 ‘피싱범죄전담 수사팀’(이하 피싱팀)의 활약 덕분이다.

총 5개 피싱팀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서경진 제주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반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신속하고 끈질긴 대응을 꼽았다.

현재 경찰청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및 통신사 등과 협업해 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거나 검찰 사칭 사이트에 인적 사항을 입력한 피해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지역별로 전파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각 피싱팀에 전달하면 피싱팀 경찰들이 직접 현장으로 출동해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여부 확인, 피해 상황 파악, 추가 개통 휴대전화 확인 등을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

서 반장은 “피싱범들에게 속은 피해자들은 경찰이 직접 찾아가 보이스피싱이라고 설명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며 “순찰차를 보여주기도 하고,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를 함께 방문해 경찰이 맞다는 걸 확인시켜 줘도 ‘누구 말을 믿어야 하냐’면서 본인이 피해자임을 납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경찰에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끝까지 설득해 실제 송금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 감소는 피싱팀의 끈질긴 설득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주경찰청과 도내 유관기관들의 긴밀한 협력 체계도 피해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 제주은행 등 지역 금융기관과 함께 도민들에게 보이스피싱 경고 문자를 발송하고 있으며, 피해 예방 우수사례 발굴·포상, 합동 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 방법이 기재된 ‘안심 봉투’도 피해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경찰청 기동순찰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비치한 안심 봉투는 금융감독원의 벤치마킹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또 제주경찰청은 도내 SK텔레콤 모든 대리점을 ‘보이스피싱 예방 매장’으로 지정해 피해 의심 고객이 대리점을 방문하면 악성 애플리케이션 탐지 등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경찰 상담이나 출동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서경진 제주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반장. [고경호 기자]
지난 12일 제주시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한 70대 남성이 유심칩을 제거한 후 다시 삽입해달라고 요구하자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직원이 경찰에 인계해 6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막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해당 남성의 휴대전화에는 이미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었고, 대출 실행 정황도 포착됐다.

서 반장은 “피싱범과 통화하면서 통장을 챙겨 은행으로 향하려던 피해자를 막아 세웠지만 경찰을 믿지 못했던 피해자가 있었다.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8500만원가량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당시 피해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본청과 제주청, 각 경찰서로 이어지는 대응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범죄”라며 “제주경찰청은 도민들이 ‘설마 내가’라는 방심 대신 ‘한 번 더 확인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안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예방과 대응에 꾸준히 힘쓰겠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서 반장은 “급하게 돈을 보내라고 하거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고, 공공기관이나 지인을 사칭해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송금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보다는, 바로 눈앞의 경찰관을 꼭 믿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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