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수필 ] ① 이러고도 금수강산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산> 황대연 객원기자] '금수강산'이라! 이 말은 우리나라의 산천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예로부터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그토록 아름답던 우리의 금수강산(錦繡江山)이 소, 돼지, 개, 고양이 우글거l는 금수강산(禽獸江山)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4월 초,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늑대가 탈출했다. 사파리 울타리 밑 땅을 파헤쳐 빠져나갔다고 한다. 수색팀이 출동했으나 늑대는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사라졌다. 수색팀과 숨바꼭질하던 늑대는 9일 만에 인근 야산 수로에서 마취총을 맞고 생포돼 무사히 동물원으로 돌아갔다.
여간 다행이 아니다. 만약 포획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산에서 떠돌다 등산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들개와 짝짓기해 잡종을 번식시킬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더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석문지맥 2구간 산행에 나서, 어느 민가 앞을 지나고 있었다. 민가 마당에는 줄을 걸어 개를 매어놓았다. 불청객을 본 개는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렁거린다. 이럴 땐 재빨리 개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잽싸게 집 뒤 밭두렁으로 올라가 산으로 들어섰다.
농촌에서는 도시처럼 작고 귀여운 애완견을 기르는 게 아니다. 대부분 덩치가 큰 '집 지키는 개'를 기른다. 이런 개들이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날뛰면, 저러다가 줄이 끊겨 달려드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나기도 한다. 또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온 동네 개들이 덩달아 짖어댄다.
그럴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뭐 하는 작자기에 여길 왔느냐?' 묻는 듯 눈을 껌벅이며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짖어야 하는 게 개가 할 일인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는 그나마 안심이 된다. 산에서 개를 만나면 어떨까?
주인 없는 유기견이나 들개 말이다. 버려진 개는 대부분 여기저기 떠돌다가 생을 마감하거나 사람을 피해 산에 숨어들어 번식하고, 들개가 되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떠돌아다닌다. 이런 개들이 으슥한 등산로에 떡 버티고 있으면 그야말로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실제 등산객을 향해 돌진하여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런 유기견이나 들개들이 도심 주변 산에 어슬렁대고 있다.
이런 개들을 포획하려고 틀을 설치하면, 이를 알아차린 개들은 영악하게 피해 가고 엉뚱한 다람쥐나 새들이 유인용 먹이를 차지한다. 어쩌다 유기견이 잡힌다 해도 동물 생명권 운운하며 풀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 야밤에 관악산에 간 적이 있다.
인기척 하나 없이 어둠 속에 잠들어 있는 등산로에 들어섰다. 학우봉을 지나 잠시 나아갔을까, 저만치 삼막사 갈림길에서 시퍼런 불빛 두 개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저게 뭘까? 호랑이나 늑대가 있을 리는 없고, 짐승은 짐승인데 어떤 짐승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터질 듯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헤드랜턴 불빛에 모습을 드러낸 건 누리끼리한 중간 덩치의 개다.
개는 물러설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뾰족한 어금니를 드러내고 조금만 더 다가오면 물어뜯을 기세로 '크르릉' 대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그렇다고 내가 물러설 수는 없다. 여기서 물러서면 게임 끝이다. 기싸움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나도 모르게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글.사진 황대연 객원기자 │ 백두대간 종주 등 2,900여 개의 국내 산과 킬리만자로 등 9개의 해외 산에 올랐다. 저서 『백두대간에 서다』, 『은퇴산꾼 고산에 서다』, 『헤어날 수 없는 사랑』, 『맹물에 조약돌을 삶아 먹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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