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치솟은 60대女…왼팔·오른팔의 혈압 차이가 90mmHg, 왜?

왼팔 혈압과 오른팔 혈압의 차이가 10mmHg 이하(수축기혈압 기준)인 것이 정상이다. 건강한 사람의 혈압은 120mmHg(수축기혈압)/80mmHg(이완기혈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왼쪽 팔과 턱이 저리고 감각이 없어진 60대 미국 여성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턱이 저리는 증상은 이내 사라졌지만, 왼팔의 감각 이상은 4시간이나 지속됐다. 환자의 수축기혈압은 왼쪽 팔이 209mmHg까지 치솟은 반면, 오른쪽 팔은 120mmHg인것으로 나타났다. 약 90mmHg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웨인주립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에 의하면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이 69세 여성은 감사 결과, 콩팥(신장) 밑 아랫배 대동맥의 벽이 최대 4mm 두께로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그 원인은 혈관염이었고 염증이 왼쪽 신장동맥까지 번져, 혈관 내부(내강)의 75%가 꽉 막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콩팥에 피가 잘 돌지 않아 혈압조절시스템이 망가지면서, 혈압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희귀 혈관염인 '타카야스 동맥염(4형)'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 병은 주로 20~30대 젊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환자를 즉시 중환자실(ICU)로 옮기고 니카르디핀 정맥 주입 요법 등으로 집중 치료했다. 혈압이 안정된 뒤에는 고혈압약을 복용케 했다. 환자는 증상이 재발하지 않고 회복됐으며, 혈관염을 전문적으로 치료받기 위해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Type IV Takayasu Arteritis Presenting as a Late-Onset Hypertensive Emergency and Transient Ischemia: A Case Report Highlighting Diagnostic Challenges)는 최근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원인 모를 고혈압 위기와 양팔 혈압의 큰 차이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흔히 가정에서 혈압을 잴 때는 한쪽 팔의 혈압만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큰 혈관이 막혀 양팔의 혈압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양팔의 혈압 차이가 15~20mmHg 이상 지속되면, 팔로 가는 주요 동맥이 막혔다는 적신호다.
양팔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차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타카야스 동맥염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 근본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든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의 흔한 원인은 혈관에 기름때가 끼고 딱딱해지는 노인성동맥경화(죽상경화성 말초동맥병)다. 이 외에 주로 50세 이상의 머리나 흉부 대동맥을 침범하는 거대세포동맥염, 혈관 벽이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동맥 박리 등이 양팔의 혈압 차이를 부른다.
동맥염도 문제가 생긴 혈관의 굵기에 따라 대혈관 동맥염, 중혈관 동맥염, 소혈관 동맥염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사례 속 환자의 타카야스 동맥염은 가장 굵은 혈관에 발생한 대혈관 동맥염에 속한다. 양팔의 혈압이 크게 차이 날 경우, 혈관이 어딘가 막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기름때 때문인지, 면역세포가 혈관 벽을 공격해 부어오른 염증 때문인지 등을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집에서 혈압을 잴 때, 양쪽 팔의 혈압을 매번 재야 하나요? 또한 양팔의 수치가 다르면 어느 쪽을 기준 삼아야 하나요?
A1. 매번 양팔의 혈압을 다 잴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재거나 오랜만에 측정할 때 양팔을 모두 재본 뒤, 혈압 수치가 더 높게 나오는 쪽의 팔을 본인의 기준 팔로 지정해 평소에는 그쪽 팔만 측정하면 됩니다. 더 높은 쪽의 혈압이 심장과 중심 대동맥의 실제 압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합니다.
Q2. 이 60대 환자는 양팔 혈압이 90mmHg나 크게 차이 났는데, 왜 그걸 모르고 지냈을까요?
A2. 정상인 오른쪽 팔의 혈압(120mmHg)만 주로 측정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카야스 동맥염, 동맥경화 등으로 한쪽 혈관만 막힌 환자는 막히지 않은 팔로 혈압을 재면 지극히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 때문에 '가짜 정상 혈압'에 속아 뱃속과 반대쪽 팔에서 고혈압 위기가 진행 중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Q3. 염증 수치(CRP)가 정상인데도 혈관 벽이 4mm나 부어오르고 혈관이 막히는 병이 진행될 수 있나요?
A3. 네, 그렇습니다. 타카야스 동맥염 환자의 약 23%는 병이 한창 진행 중이거나 혈관이 변형되는 상태에서도 혈액 검사상 염증 지표가 정상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염증의 불길은 잦아들었으나 혈관 변형 흉터가 그대로 진행되는 '소진된(burnt-out) 상태'나 '휴지기 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수치만 믿고 방심하기보다 정밀 영상 검사(CT, MRI)로 혈관 내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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