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해남·광주 ‘AI 벨트’가 못 푼 마지막 숙제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6. 6.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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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AI센터 대규모 투자에도
中보다 비싼 국산 패널이 숙제
국산 NPU는 소프트웨어 취약
산업생태계 육성·수출판로 확보
고차방정식 풀려면 인재 필요
정부, 파격적 세제인센티브 내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월 16일 5극 3특(5개 초광역권-전남 해남과 3개특별자치도) 산업현장 점검일환으로 전남 핵심성장 동력인 해남 솔라시도를 방문해 전망대에서 관계자로부터 데이터센터 부지와 태양광 발전설명을 듣고 있다. [재정경제부]
지난 16일 재경부 5극3특 현장방문 동행 취재차 방문한 전남 해남 솔라시도. 솔라시도 내엔 태양광 패널이 대규모로 설치되어 있었다.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과 부지는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주변은 아직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기업과 대학, 주거단지 등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할 기반은 턱없이 부족했다.

해남 솔라시도는 AI반도체 1만5000장을 갖춘 국가AI컴퓨팅센터가 오는 2028년 들어선다. 삼성SDS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솔라시도와 인근 지역에는 장기적으로 9.8GW 규모의 전력 공급 기반을 조성하는 구상도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9.8GW는 원전 9~10기에 해당하는 설비용량이다. 국내 전체 발전설비 규모가 약 156GW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지역 개발 구상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하지만 장밋빛만 있는건 아니다.

솔라시도 도시개발사업을 총괄하는 BS그룹의 고형권 부회장(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1G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데 중국산은 약 2500억원, 국산은 약 3500억원이 든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은 중국이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장악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 따지면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2020년 전후부터 솔라시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절반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핵심 AI 인프라에 공급할 전력을 중국산 기자재에 지나치게 의존해도 되느냐는 공급망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산 제품 사용을 무조건 확대하면 발전단가가 높아져 데이터센터의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방에 발전시설을 짓는 것과 국내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첫 번째 고차방정식에 직면한 셈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월 17일 5극 3특(5개 초광역권, 3개특별자치도) 산업현장 점검 일환으로 광주 AI 산업융합집적단지를 방문해 드라이빙 시물레이터 시연을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지난 17일 방문한 광주 AI 산업융합 집적단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광주 첨단3지구에는 6MW 규모 국가AI데이터센터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 인근에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산업단지,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어 해남보다 정주 여건이 나았다. 하지만 현장을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AI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개발자와 반도체 전문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에는 약 2300억원이 투입됐다. 센터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리벨리온 등 국내 팹리스가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도 설치돼 있다. NPU는 AI 학습과 추론에 특화한 반도체로, 범용 GPU보다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장 관계자는 리벨리온 NPU가 일부 AI 추론 작업에서 엔비디아 제품보다 최대 4배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작업을 더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 확보가 AI 산업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산 NPU의 저전력 경쟁력은 분명한 강점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엔비디아에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가 있다.

개발자는 쿠다를 이용해 다양한 AI 모델과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반도체 칩 자체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산 NPU는 특정 AI 추론 분야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지만, 개발 도구와 범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아직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앞으로 해남 국가AI컴퓨팅센터와 광주 국가NPU컴퓨팅센터 등에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딥엑스 등 국내 업체 제품을 대규모로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가 초기 수요를 만들어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관건은 그다음이다. 국내 업체들이 정부 발주를 통해 확보한 실적과 데이터를 발판으로 해외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예산에 기대 국내 공공시장만 나눠 갖는 구조가 굳어지면 ‘내수용 AI반도체’에 머물 수 있다. 공공 수요를 수출산업으로 연결해야 하는 두 번째 고차방정식이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0.1%) 감소했다. [이승환 기자]
결국 이 모든 고차방정식을 풀려면, 수준급 인재가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사람만이 해당 방정식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정부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재직자에 한해서만 소득세를 더 감면해줄 예정인데, 이를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지방으로 내려가서 신산업을 일군 기업과 인재에 대해선 세금과 보조금 부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그동안 지방 살리기와 관련해선 역대 정부 모두 청사진을 그려왔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 이유는 지방에 사람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의 인재 및 관련 대기업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제2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방에 만들 반도체 벨트, AI데이터센터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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