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였던 아버지, 선수로 자라는 아이들' 자녀와 함께 다시 걷는 테니스 인생(2) - 서용범

자녀가 자신의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에게는 뿌듯함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큰 걱정일 수도 있다.
특히 승패와 경쟁, 긴 시간의 인내가 필요한 테니스라면 더욱 그렇다. 선수로, 지도자로 코트를 누볐던 두 아버지는 이제 자녀의 경기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다.
현대해상 선수 및 코치 출신으로 메가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아들 강건우를 직접 지도하고 있는 강병국 원장, 그리고 '호주 유학생' 서승연의 아버지 이자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천GS를 이끌고 있는 서용범 원장이 그들이다.
두 사람 모두 선수 시절의 경험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 라켓을 잡았고,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함께 성장한 아빠와 딸' 서용범-서승연
서용범 원장은 딸 서승연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도전을 경험하고 있다. 서승연은 올해 ATF 양구 14세 주니어 1·2차 대회를 모두 우승했고, 현재 호주 브리즈번에서 NDP(National Development Program) 시스템 아래 훈련 중이다. 한국을 떠난 뒤 엠마 헤이즈맨 코치, 복식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전 그랜드슬램 챔피언 샌든 스톨리 코치 등과 함께 국제무대를 경험하고 있다.
서용범 원장은 부천에서 초중고와 실업팀까지 모두 거친 '부천 토박이'다. 부천 부곡중, 부명고를 거치며 전국 최강 학창 시절을 보냈고, 한림대를 졸업한 뒤 부천시청 창단 멤버로 뛰었다. 특히 2012년과 2013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서른을 앞둔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20년에는 국가대표 코치로도 활동했다.
2017년 주니어 육성 아카데미 부천GS의 원장을 맡은 그는 지금도 "늘 개척하는 삶을 살았다"고 표현한다. 기존 시스템에 들어가기보다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선택을 해왔고, 2022년 가족과 함께 떠난 호주 유학 역시 그런 연장선이었다.
"처음엔 그냥 '호주는 호주오픈 하는 나라니까 테니스가 잘 돼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문화와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서 원장은 약 3년 동안 브리즈번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세계적인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는 "갈 때마다 배우게 된다"며 호주의 지도자 육성 시스템, 선수 관리, UTR 문화 등을 한국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천GS는 자체 UTR 대회와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서승연은 호주 생활 초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언어를 꼽았다. "영어를 못해서 알아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한다. "아빠와 떨어져 있어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외국 선수들과의 차이도 분명히 느꼈다. "피지컬과 공의 스피드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는 서승연은 더 강하고 빠르게 공을 치기 위해 훈련에 몰두했고, 외국 코치들에게 배우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승연의 이같은 노력은 점점 결실을 맺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서승연은 점차 상위 프로그램에 선발되며 더 많은 지원 속에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 호주 선수들만 출전 가능한 호주 내셔널주니어대회에 외국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출전하는 사례를 남겼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하며 호주테니스협회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번 양구 대회 우승도 ND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치, 동료 선수들과 함께 한국 원정에서 이룬 성과였으며 서승연은 5월 유럽투어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열린 14세 대회에서 우승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서용범 원장은 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신의 성격을 닮은 '승부욕'을 꼽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결과보다 자립심의 성장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에는 직접 딸을 지도했던 서 원장이지만,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있다. 딸이 호주에서 전담 코치를 만나면서 이제는 '코치'보다 '부모'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딸에게 특정한 목표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그랜드슬램 무대를 꿈꾸지만, 어디까지 성장할 지는 결국 선수 본인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대신 그는 결과 보다 "마음껏 도전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건 두 아버지 모두 자녀에게 테니스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병국 원장은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늘 이야기했고, 서용범 원장 역시 딸의 선택을 존중하며 길을 열어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결국 부모의 등을 바라보며 같은 길 위에 섰다. 강건우의 꿈은 4대 그랜드슬램 출전이다. "출전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우승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승연 역시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누구의 자녀라는 시선이 있을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말에서는 어린 선수의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선수 출신 부모에게 자녀의 경기를 지켜본다는 건 어쩌면 두 번의 선수 생활을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걸었던 길의 고통과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엄격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하는 사람 역시 부모다.
[테니스코리아 6월호 기사,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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