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준치 53배”…DMZ 제3땅굴 ‘라돈’ 공포
연평균 37배·최고 53배…기준 초과 5년째 ‘반복’
최고 7860Bq/㎥ 기록…전문가 “장기간 노출 시 폐암 위험 증가”

DMZ 안보관광의 대표 코스로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파주 제3땅굴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고농도 '라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가 확보한 파주시 자료에 따르면 제3땅굴 적갱도(북한측 건설) 내부 라돈 농도는 2025년 1분기 2923Bq/㎥, 2분기 6530Bq/㎥, 3분기 7860Bq/㎥, 4분기 5056Bq/㎥를 기록했다.
연평균 농도는 5592Bq/㎥로 국내 실내 공기질 권고기준인 148Bq/㎥를 약 37배 초과했다. 특히 3분기 측정치인 7860Bq/㎥는 기준치의 53배 수준에 달한다.
파주시가 2020년 민간기관에 의뢰한 측정에서도 적갱도 끝지점에서 3141Bq/㎥, 중간지점에서 1603Bq/㎥가 검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반복 측정 결과, 모두 기준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돈은 우라늄이 자연 붕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방사성 기체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 다음으로 중요한 폐암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라돈이 위험한 이유는 폐 속으로 흡입된 뒤 알파선을 방출하며 폐 조직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 공간이나 환기가 어려운 폐쇄 공간에서는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D침대 사태 당시 문제가 된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 수준은 약 620Bq/㎥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제3땅굴 측정 결과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파주시 자료에는 서울지하철 라돈 검출 사례도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24년 서울지하철 8호선 별내선 암사역사공원역~신설터널 구간에서 라돈 3033Bq/㎥가 검출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제3땅굴의 경우 최고 7860Bq/㎥로 서울지하철 수치의 2배가 넘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 기술지침은 600Bq/㎥를 초과하면 '위험' 구간으로 분류하고 즉각적인 저감조치 시행과 필요시 작업 중지까지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3땅굴 평균 수치는 이 기준의 약 9배에 달한다. 정작 더 위험한 것은 관광객이 아닐 수 있다.
관광객은 체류시간이 짧지만, 관리요원·해설사·군 장병·시설 근로자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은 매일 수시간 이상 해당 공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 자료에는 "제3땅굴이 다중이용시설 및 군부대 시설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상근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현재 측정 결과는 단순 환기만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제3땅굴 관리를 맡고 있는 파주도시공사 측은 "라돈 문제가 최근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외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일반 건축물이나 사업장과 달리 군사시설이면서 동시에 관광시설이라는 이중적 성격 때문에 법 적용 여부가 모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돈의 가장 큰 문제는 냄새도 없고 색깔도 없다는 점'이라며 '관광객은 물론 현장 근무자들조차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며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DMZ 안보관광의 상징인 제3땅굴은 북한의 침투 흔적을 보여주는 역사 현장이지만, 지금은 또 다른 위험 신호가 땅속에서 울리고 있다.
/파주=이종태 기자 dolsae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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