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만 4개가 문제? 월소득 520만원 외벌이 가구의 고민 [재테크 Lab]
적금 통장만 4개 만든 부부
‘무모한 저축’이 적자 불러
저축 많을수록 좋다지만
평소 지출 규모 생각해야
저축은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재정 상태를 무시한 저축은 되레 독이 된다. 자칫하면 가계를 적자의 늪으로 내모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번 상담의 부부가 딱 이런 케이스다. 적금 통장만 4개에 달하는데, 여기에 납입하느라 적자 규모가 어느덧 90만원에 달했다. 이자 혜택이 줄어들까 중도 해지도 못하는 상황.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고민을 들어봤다.

당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상균씨는 손에 쥐는 돈이 많지 않아 늘 경제적인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몸값을 높여 연봉을 올리는 일은 긴 시간이 필요했고, 투잡을 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투자 역시 도박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그에게 건설업에서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삼촌이 던진 제안은 새로운 돌파구나 다름없었다. 삼촌을 따라 거친 현장에 뛰어들어 기술을 익힌 지 어느덧 6년. 그동안 상균씨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내 윤소희(가명·35)씨와 결혼해 자녀(5)를 낳고 한 가정을 꾸렸다. 대출을 받긴 했지만 번듯한 빌라(시세 2억9000만원)도 구입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상균씨의 가계부였다. 고생하는 남편의 땀방울을 아는 아내 소희씨가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운영했지만,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계부 앞에서는 깊은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올 초 건설 경기 침체로 현장 일감이 일시적으로 줄었을 때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소희씨가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고비를 넘겼지만, 소득의 변동성이 언제든 가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은 부부에게 적잖은 고민거리로 남았다.
문제는 부부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부는 지금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둘째를 낳으면 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하는데, 그럴 능력이 될지 걱정스럽다.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끌어안고 부부는 필자에게 찾아와 재무상담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부부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520만원이다. 건설업 현장 기술직에 다니는 상균씨가 혼자서 번다. 1년에 야근 수당이 500만원가량 나오는데, 이는 정기소득이 아니므로 일단은 제외했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세금·자동차 비용 200만원, 휴가비 100만원, 의류비·미용비 200만원, 명절비·경조사비 160만원 등 660만원이다. 한달 평균 55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3개의 적금에 각각 20만원씩 총 60만원 납입하고 있다. 대출 원금을 갚기 위한 80만원짜리 적금까지 합하면 월 140만원을 저축한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609만원을 쓰고 89만원 적자를 내고 있다. 부부는 현재 자가 빌라(시세 2억9000만원)에 살고 있다. 부채로는 주택담보대출(잔여 3700만원)이 있다.
올해 들어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예전엔 아슬아슬하게 적자를 피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부부의 소비 규모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데다 적금 통장을 2개 추가하면서 재정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처음 몇개월은 모아둔 돈과 상여금에서 해결했지만, 여유자금이 다 떨어진 지금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부부 가계부의 가장 큰 암초는 소득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저축'이다. 현재 부부는 적금에만 월 14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자녀 교육비(20만원), 둘째 출산 자금(40만원), 대출 원금 상환(80만원)을 위해 총 4개의 적금 통장을 운용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미래를 꼼꼼하게 대비하는 모범적인 장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당 수준을 넘어선 무모한 저축이다. 고정 비용과 비정기지출로 이미 상당한 자금을 소진하는 상황에서 월 140만원에 달하는 저축을 강행하다 보니, 가계부에 어마어마한 적자가 쌓였다. 굵직한 재무 이벤트에 마음이 조급해진 나머지 현재의 현금 흐름을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선저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부부의 소득 패턴과 맞지 않는 지출 규모도 문제의 한몫을 차지한다. 상균씨의 직업은 소득이 규칙적이지 않다. 야근·특근에 따른 월급의 변동성이 크다. 그럼에도 가계부엔 73만원에 달하는 보험료, 25만원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이 적지 않다.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당장 장부에 가득 찬 적자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남편 상균씨도 지출 줄이기에 적극 동참했다. 자신의 용돈을 기존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부는 적자 규모를 89만원에서 69만원으로 20만원 줄일 수 있었다.
여전히 적자가 많지만, 가계부의 군살을 빼는 체질 개선의 첫 단추를 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녀 출산, 이사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둔 부부는 과연 어디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안정적인 흑자 장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과정을 2편에서 상세히 다뤄 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shnok@hanmail.net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