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상 슬픔 속 2라운드 마친 박현경, “아빠 마음 짐작하니 내가 더 아파”

평소처럼 차분하게 식사를 하던 도중, 박현경은 요양병원에서 오랜 시간 투병하신 할머니 조칠손(92) 씨의 영면 소식을 접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출신으로 ‘박현경의 아빠 캐디’로 더 유명한 박세수 씨는 어머니의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 곧바로 전북 익산으로 향했고, 박현경은 아버지와 상의 끝에 예정대로 경기에 나섰다.
조모상 아픔 속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2라운드를 마친 박현경은 “할머니께서 10년 넘게 요양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셨다. 지난 4월 초에도 한번 위중하셨는데 고비를 잘 넘기셨다. 건강을 되찾으셔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5남1녀의 막내 아들이라 내가 막내 손녀”라고 설명한 그는 “할머니 침대 곁에 내 우승 사진만 두 장 있을 정도로 나를 유독 예뻐하셨다. 할머니께 ‘건강하게 더 오래 사시다 막내 손녀 결혼식도 보세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셔 더 슬프고 허망하다”고 했다.
“나도 경기를 포기하고 당장 빈소(익산한솔장례식장)로 달려가고 싶지만, 아버지도 예정대로 경기를 마치라고 하셨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그걸 바라실 것 같다. 내일 최종라운드를 마치면 곧장 빈소로 가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릴 예정”이라는 박현경은 “손녀로서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너무 슬프지만, 어머니 임종도 보지 못한 아빠의 마음을 짐작하니 내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타를 줄이고 이틀간 합계 4언더파를 기록해 여유있게 컷을 통과했다. 당초 3라운드는 아버지 박세수 씨가 캐디백을 멜 예정이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최종라운드도 이시우 프로가 캐디를 맡는다. 이 프로는 “최근 박 프로 샷이 흐트러진 감이 있어 1,2라운드만 내가 캐디를 맡기로 했는데 부득이하게 내가 최종라운드도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어스 몬다민컵에 출전하는 박현경은 21일 발인을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박현경은 “일본 대회 때 아버지께서 다시 캐디를 해 주시기로 했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아빠는 나보다 하루 늦은 화요일 쯤 일본에 도착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산|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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