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이름이 들춰낸 ‘흑역사’… 폴란드·우크라 균열 심화
폴란드 대통령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2023년 젤렌스키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 박탈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앞장서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폴란드가 돌연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렸다. 우크라이나군이 부대 명칭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폴란드인의 민족 정서를 무시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우크라이나는 부대 이름 작명은 자국의 고유 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에게 주어진 훈장 박탈의 이유로 최근 우크라이나군 특수 부대에 붙여진 새로운 이름을 제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1940∼1950년대에 활동한 민족주의 성향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반군’(UPA)이 부대 명칭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나브로츠키는 “터무니없다”며 “이해할 수 없고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UPA 세력은 1943년을 기점으로 폴란드 남동부 볼히니아 지역에서 폴란드 민간인들을 공격했다. 당시는 2차대전 도중으로 폴란드는 나치 독일의 점령 통치를 받고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 소련(현 러시아)의 일부이던 우크라이나도 독립국이 되길 갈망했다. UPA는 폴란드가 독일에 패해 나라를 잃은 것을 기회 삼아 볼히니아에서 폴란드인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독자적 정권을 세우고 싶어했다.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는 이 사안을 폴란드·우크라이나 간에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 측에 진상 조사를 요구해왔다. 그는 최근 대통령실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한 동영상을 통해 “압도적 다수의 폴란드 국민에게 UPA는 2차대전 기간 폴란드인들에게 잔혹한 범죄를 자행한 조직으로 기억된다”며 “UPA를 미화하는 우크라이나의 태도는 역사를 왜곡하고 양국 신뢰를 훼손한다”고 성토했다.
폴란드 정부의 조치에 젤렌스키는 아무런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폴란드가 박탈키로 한 흰독수리 훈장은 폴란드에 반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비하 장관은 이를 “폴란드 대통령의 전략적 실수”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균열로 이익을 얻을 것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뿐”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도 우리 역사에 관해 우리에게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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