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정공법보다 변칙으로"… 긴급 투입 김태민-임진아, 일본 최강 조를 흔들어라

김종석 기자 2026. 6.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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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컵 국제정구대회 혼합복식 결승 진출
- 개막 후 처음 손발 맞춘 남자 후위-여자 전위 조합
- 21일 결승 상대는 일본 최강 우에마츠 도시키-템마 레나
- 전설 유영동 감독이 보는 승부처는 템마 커팅 서브 리턴과 전위 적극성
NH농협은행 코리아컵 국제정구대회 혼합복식 결승에 오른 김태민(왼쪽·수원시청)과 임진아(NH농협은행)가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정구 혼합복식은 묘한 종목입니다. 남자 선수의 힘만으로도, 여자 선수의 안정감만으로도 이길 수 없습니다. 두 선수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고, 한 포인트 안에서도 역할이 계속 바뀝니다. 그래서 혼합복식은 기술의 경기이면서 동시에 호흡의 경기입니다.

  김태민(수원시청)-임진아(NH농협은행) 조가 NH농협은행 코리아컵 국제정구대회 혼합복식 결승에 올랐습니다. 21일 맞붙을 상대는 일본 최강 우에마츠 도시키-템마 레나 조입니다. 이름값과 경기력만 놓고 보면 이번 대회 최강 조합으로 꼽힐 만한 상대입니다.

  하지만 김태민-임진아 조에도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개막 직전 처음 맞춰 본 조합이라는 의외성, 8강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대만 강호를 넘은 자신감, 0-2에서 4-2로 뒤집은 준결승의 회복력, 그리고 '잃을 게 없다'는 도전자의 마음입니다.

  김태민-임진아 조는 20일 인천 열우물경기장에서 열린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상어르 페르난도-나피아 알리프 조를 4-2로 꺾었습니다. 출발은 좋지 않았습니다. 1, 2게임을 먼저 내주며 0-2로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3게임부터 분위기를 바꿨고, 내리 네 게임을 따내 결승행 티켓을 잡았습니다.

후위 김태민과 전위 임진아는 혼합복식에서는 이례적인 조합이다. 대한정구협회 제공

결승행은 대진운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김태민-임진아 조는 8강에서 이미 큰 고비를 넘었습니다. 상대는 대만의 강호였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해 문경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경력을 가진 선수가 포함된 조였습니다.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만 역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수 있는 전통의 강국입니다. 결승 진출 과정 자체가 김태민-임진아 조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김태민은 "이번 대회 직전 처음 혼복 출전이 결정됐다. 진아와는 2022년, 2023년, 2024년 국가대표에서 같이 뛰었지만 혼합복식 파트너가 된 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 복식에서는 김태민이 후위, 임진아가 전위를 맡습니다. 하지만 혼합복식에서는 통상 남자 선수가 전위, 여자 선수가 후위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 선수가 익숙한 위치와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셈입니다.

  김태민은 "진아는 전위이고 저는 후위이기 때문에 원래 복식 포지션이 다릅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잃을 게 없는 만큼 상대가 강하더라도 정공법보다는 변칙으로 흔들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승을 앞두고 김태민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템마 레나의 커팅 서브입니다. 그는 "템마의 커팅 서브가 위력적이라 리턴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혼합복식에서는 첫 리턴이 흔들리는 순간 곧바로 전위 압박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일본 조처럼 전개가 빠른 팀을 상대로는 서브와 리시브 싸움이 곧 경기 전체의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임진아도 자신만의 승부처를 분명히 보고 있습니다. 그는 "태민 오빠가 후위에 있으니까 전위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겠습니다. 편하게 부담 갖지 않고 결승을 치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태민과 임진아는 동병상련의 처지입니다. 둘 다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임진아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유영동 감독은 "진아가 이번 선발전에서 떨어져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런 임진아가 김태민과 처음 손발을 맞춘 혼합복식에서 결승까지 오른 것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회복 과정이기도 합니다.

  임진아는 "결승에 올라갈 줄 몰랐는데 올라가서 정말 기쁩니다. 결승인 만큼 하고 싶은 것을 다 해 보면서 자신 있게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감독님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되, 서 있는 위치나 기본부터 잘 잡고 시작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최대한 기본과 스텝을 신경 쓰면서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혼합복식을 비롯해 금메달 3개를 딴 유영동 감독.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국 정구의 전설 유영동 감독입니다. 유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낸 한국 정구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혼합복식에서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태민과 임진아 모두 유 감독에게 배운 기억을 결승의 자산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태민은 "유영동 감독님에게 후위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고, 전위에도 나가며 다양하게 공격하라는 지도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진아도 "유영동 감독님에게는 다채로운 복식 전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 감독의 시선으로 보면 이번 결승의 승부처는 분명합니다. 첫째는 서브와 리시브입니다. 템마의 커팅 서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받아내느냐가 초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임진아의 전위 움직임입니다. 임진아가 네트 앞에서 적극적으로 상대 흐름을 끊어야 김태민의 후위 공격도 살아납니다. 셋째는 김태민의 전후위 전환입니다. 후위에서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전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변화가 일본 조를 흔드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김태민과 임진아는 내년 문경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김태민과 임진아는 국가대표 시절 유영동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실력을 키웠다. 

이번 결승은 한국 조에 쉽지 않은 승부입니다. 우에마츠-템마 조는 경험, 완성도, 초반 장악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리드를 잡은 뒤 상대를 몰아붙이는 힘이 좋습니다. 한국 조가 준결승처럼 초반에 끌려가면 회복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공법으로만 붙기에는 상대가 강합니다. 그래서 김태민은 변칙을 말했고, 임진아는 적극성을 말했습니다. 부담 없이, 그러나 과감하게 나서는 것이 한국 조의 승부수입니다. 상대 역시 김태민-임진아의 조합을 평소 접해본 적이 없기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김태민-임진아 조가 일본 최강 우에마츠-템마 조를 상대로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코리아컵 혼합복식 결승은 한국 혼복의 현재를 확인하는 무대이자, 내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이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채널A는 21일 이번 대회 주요 종목 결승을 플러스 채널 방송과 유튜브 인터넷 중계로 전할 예정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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