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안 하면 찌질이” 압박에도…버티는 장동혁, 그가 쥔 마지막 패는

정윤성 기자 2026. 6.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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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대패 책임져라” 의총에서 이어진 거취 압박에도 ‘묵묵부답’ 
지지율 반등·선관위 공세가 버팀목…“정작 장동혁표 성과는 없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6·3 지방선거 대패에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을 놓지 않자, 선거 전부터 이어져온 장 대표를 향한 당내 사퇴 목소리는 더 커져가는 양상이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한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은 정치권의 관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오히려 버틸 명분만을 하나둘 알뜰하게 확보하는 모습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 여기에 정당 지지율 반등까지 맞물리며 그 명분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국민의힘은 물론 보수진영의 오랜 쇄신 논의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당대표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당의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수록 쇄신의 시간표는 오히려 늦어지는 역설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양향자 최고위원(오른쪽)이 6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좀비 지도부"…張 사퇴론 최고조

장 대표의 리더십은 지방선거 직전부터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2대 4로 밀리는 결과가 나오자 그를 향한 책임론이 폭발한 것도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도부 내부에서까지 사퇴 요구는 분출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6월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하며 "지금 우리 지도부는 '좀비 지도부'로 불린다"고 직격했다. 이에 앞서 우재준 최고위원도 장 대표 면전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내 쇄신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미래', 친한(親한동훈)계는 물론 옛 친윤(親윤석열)계와 영남권 중진들 사이에서도 장 대표가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내 분위기는 의원총회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6월17일 장 대표 거취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선거 소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총에서는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간 가운데, 장 대표는 의총 도중 퇴장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의총 중에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를 겨냥해 "사퇴하지 않는다면 '찌질이' 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대표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은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한 '대안과미래'를 향해 "해체를 요구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대안 없는 미래'로 명명하겠다"고 맞받았다. 이날 의총장에서는 이진숙 의원 등 소수를 제외하면 장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의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런 만큼 장 대표 취임 이후 당내에 퇴진론이 가장 광범위하게 자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장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당초 그는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입장문을 통해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이번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고 밝혔다. 탄핵 이후 정권을 잃은 상태에서 치른 선거였고, 선거 전부터 불리한 판세가 예고됐던 만큼 참패로만 볼 수 없다는 반론으로 읽힌다. 그는 또 "저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며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장 대표는 당내 비판을 향해서도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고 있다. 그는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선 자신이 지원 유세에 나선 지역 가운데 승리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긴 곳은 장동혁이 없어서 이겼고, 진 곳은 장동혁이 있어서 졌다고 한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재선거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최고위 논의를 통해 충분히 여러 의견을 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6월1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자리를 잡고 시위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난처 된 '올공 시위'…버팀목 되는 지지율

빗발치는 사퇴 요구 속에서도 장 대표는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선거 이후 이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대표적인 명분이다. 장 대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항의 집회에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참석하다가 최근엔 마스크를 벗고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연결고리로 선관위 해체, 전국 재선거,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등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선관위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정부·여당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장 대표의 책임론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장 대표에게 재선거 이슈는 피난처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선거 관련 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리 보전용 구호를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장 대표가 주장해온 전국 단위 선거 소청이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이 '피난처'의 수명이 짧아졌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선관위를 향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장 대표의 재선거 공세가 당장 힘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불법적 선거 개입, 부정선거 시도 증거'로 본 응답은 25%였다. 전면 재선거 주장에 대해서도 찬성 44%, 반대 48%로 여론은 팽팽했다. 특히 해당 시위를 주도하는 20·30대에서는 재선거 찬성 의견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세대이기도 하다.

여권 상황도 장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대표의 거취와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논란의 한복판에 함께 묶이면서 이른바 '명청 대전'이 정치권 이슈를 빨아들이는 흐름이다. 장 대표 역시 이를 인지한 듯 여권의 상황을 퇴진론에 대한 방어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은 민주당이 패배했다며 정청래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며 장동혁 '사퇴'를 외치고 있다. 참 요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의 결정적인 버팀목은 혼란스러운 당내 분위기 속에 등장한 지지율 역전이다. 선거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자 당권파는 이를 장 대표 체제 유지의 명분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리얼미터가 6월12~13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44.3%로 민주당(38.0%)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도 나왔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방권력은 잃었지만 선거 이후 보수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했고, 여당 내홍에 따른 반사이익도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장 대표 측 역시 "당 지지율이 오르는데 무슨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논리를 활용하고 있다.

동료들 '줄비판'에도 "張 당분간은 버틸 것"

다만 이 지지율 상승을 곧바로 장 대표의 투쟁 성과로 볼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여권 내홍, 투표용지 부족 사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 유권자들의 여당 견제 심리, 부동산 이슈, 한동훈 의원 복귀에 대한 기대감 등 선거 이후 양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복합적이다. 보수층이 결집했다고 해서 장 대표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데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장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이상이 동반 사퇴하지 않는 이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까지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은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 정도다. 나머지 당권파 지도부는 장 대표를 엄호하는 쪽에 서있다. 비당권파 최고위원이 자리를 비울 경우 오히려 당권파의 지도부 장악력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장 대표 특유의 '꼼수'도 복병이다. 그는 당대표 취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논란 등으로 거취 압박을 받을 때마다 24시간 필리버스터, 단식 등 화제를 전환하기 위한 무기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묘하게 꺼내 들었다. 그때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카드들은 현재까지 그의 생명 연장 장치로 활용됐다. 전국 재선거 카드가 당내 반대에 부닥친 상황에서 장 대표가 어떤 돌파구를 뚫어 임기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과거 장 대표와 가까웠던 배현진 의원은 유튜브 《전영기의 빅샷》에서 장 대표를 두고 "부드럽고 온화한 분이었는데, 대표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 이후부터는 제가 봐오지 못했던 장동혁의 모습이 발현됐다"며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종교 지도자 같은 모습을 보여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당내 정치적 역학 관계도 변수다.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의총에서 말씀을 안 하는 분들은 대부분 사퇴를 반대 또는 유보하는 입장"이라며 "장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분들의 입장은 또 다들 다르다. 그래서 당분간 장 대표가 사퇴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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