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질서 있는 퇴진을”… 점점 ‘고립무원’ 되는 英 총리
“노동당 변화 필요”… 당권 도전 선언
현직 장관 “스타머 사퇴가 유일한 답”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겨냥한 집권 노동당 내부의 사퇴 압박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노동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라이벌이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며 원내 복귀가 확정된 가운데 또 한 명의 현직 장관이 스타머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의 최대 정적이자 노동당의 차기 총리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인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전날 치러진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크게 이겼다. 이번 선거는 맨체스터 메이커필드 지역구 한 곳에서만 치러졌으나 버넘 시장의 중앙 정치 무대 복귀 여부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총선 못지않은 이목을 끌었다.

스타머의 강력한 경쟁자가 하원에 돌아오는 것이 확정된 직후 스타머 내각의 일원인 하이디 알렉산더 교통부 장관이 노동당 리더십의 ‘질서 있는 전환’을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알렉산더는 스타머를 향해 “총리가 물러나는 것이 국가와 노동당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며 “리더십의 질서 있는 전환을 위해 총리 스스로 퇴임 일정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웨스 스트리팅 보건부 장관이 스타머 내각의 각료로는 처음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사표를 던졌다. 스트리팅은 “노동당 새 대표 경선이 성사되면 출마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얼마 전에는 존 힐리 국방부 장관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힐리는 스타머가 국방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고 주저하는 점에 불만을 품었을 뿐 당권 도전 의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잠룡’의 부상과 내각의 동요에 스타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버넘에게 “내각에 들어올 의향이 있으면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버넘이 노리는 것은 각료 직위가 아니고 노동당 당권 그리고 총리뿐이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2024년 7월 총선에서 하원 전체 의석 650석 중 400석 이상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두며 집권당이 됐다. 하지만 스타머 내각은 압도적 의석에도 불구하고 민생 안정 대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들으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의 비리 의혹에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 대사가 연루된 사실이 2025년 확인되며 스타머는 최악의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 스타머는 즉각 맨덜슨을 대사에서 해임했으나, 대사 인선 과정에서 스타머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맨덜슨 임명을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동당에서조차 총리의 판단력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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