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시험 한번 실수하면 끝장”... 자퇴하고 ‘내신 리셋’ 늘고있다

김민기 기자 2026. 6. 20. 11: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신 5등급제에 학생 고충 더 커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뉴시스

내신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자퇴 후 재입학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reset)’을 고민하는 학생·학부모가 잇따르고 있다. 내신 5등급제 전환 이후 ‘한번 실수가 대입을 망친다’는 학생·학부모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교육계는 분석한다.

내신 리셋은 고1 때 만족스럽지 못한 내신 성적을 받고 자퇴한 뒤, 이듬해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해 내신에 도전하는 걸 말한다. 대입에서 재수처럼, 자신보다 어린 학생과 함께 학교를 다니게 된다.

온라인에는 내신 리셋에 관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한 학부모는 최근 입시 카페에 ‘고1 아이 1학기 중간고사 내신이 많이 안 좋은데, 리셋하려면 기말고사를 보기 전에 자퇴해야 하느냐’며 내신 리셋 방법을 물어보는 글을 올렸다. ‘저도 궁금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스스로를 고등학생이라 밝힌 네티즌은 ‘내신이 안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자퇴하고 아래 학년으로 재입학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재입학한 학생들은 1년을 더 배웠고, 그러면 (재학생들은) 언니, 오빠들에 밀려 등급을 따기 어려워지니 또 자퇴를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고등학생 학부모 이모씨는 “하루는 아이가 집에 와서 내신 리셋이라는 말을 꺼내더라”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설명을 듣고 충격받았다. 비정상적인 방법을 고민할 정도로 학생들 내신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라고 했다.

내신 리셋의 배경엔 내신 5등급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원래 고교 내신은 9등급제로, 상위 4%가 1등급이었다. 그런데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된다. 5등급제에선 상위 10%가 1등급이다. 성적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건데, 정작 5등급제 변경으로 인한 학생 고충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1등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인서울 등 주요 대학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는 고1 때 내신의 절반가량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남은 기간 만회할 기회가 적으니 1학년 때 자퇴라는 과감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종로학원이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전국 일반고 1703곳의 학업 중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학업 중단자 수는 2021년 1만2798명에서 작년 1만8661명으로 늘었다. 작년 학업 중단자 중 고1이 1만450명으로 1만명을 넘겼다.

내신 5등급제와 더불어 시행된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생 혼란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도록 한 것인데, 현실적으로 대입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과목별 유불리를 따지고 수강 인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이달 초 교사 1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운영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고1 1학기 진로 결정으로 인한 어려움과 혼란’(94명·76.4%)이 꼽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