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선수 99명이 프랑스 태생… ‘축구 인재 공장’ 된 프랑스
알제리·세네갈 등 아프리카, 프랑스 출신 선수 활용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랑스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축구 인재를 공급하는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대표팀 26명뿐 아니라 다른 나라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프랑스에서 태어난 선수는 99명에 이른다.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은 19일(현지시간) “이번 월드컵에 등록된 1248명 가운데 99명이 프랑스 태생”이라며 “전체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보도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많은 출전 선수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프랑스 태생 선수가 많은 배경에는 이민 사회와 축구 육성 시스템이 함께 작용했다. 스포츠 역사학자인 스타니슬라스 프렌키엘 아르투아대 교수는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이 수치는 놀랍지 않다”며 “프랑스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한 이민 전통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나라 대표팀을 선택한 이중국적 선수는 76명이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 축구 인재풀의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알제리 대표팀에는 프랑스 태생 선수가 13명이나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1명, 세네갈은 10명, 코트디부아르는 8명, 튀니지는 7명, 모로코는 6명이다.
알제리 대표팀의 주축 멤버인 라얀 아이트누리, 리야드 마레즈, 아이사 만디, 나빌 벤탈렙 등도 모두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프랑스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한 뒤 조상의 나라를 선택해 월드컵 무대에 나섰다.
프랑스 축구의 저력은 1973년 제정된 ‘축구 헌장’과 공식 유소년 아카데미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렌키엘 교수는 “프랑스는 오랜 기간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반면 아프리카 축구는 부패, 파벌, 행정 문제, 폭력성 등으로 선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수 영입 방식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에게 뒤늦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유소년 선수 단계부터 스카우트가 이뤄지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 르아브르, 파리FC 등에서 선수 발굴을 담당했던 이브 제르고는 “여러 뿌리를 가진 것은 젊은 선수에게 기회가 됐다”며 “두세 개 대표팀 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결국 마음이 움직이거나 커리어 기회가 작용한다”고 했다.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것도 이중국적 선수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다 성인 대표팀 승선에 실패한 뒤 대표팀 커리어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FIFA 규정이 완화되면서 청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의 국적 선택 폭이 넓어졌다.
프랑스 태생 선수들이 향하는 곳이 모두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는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프랑스 출생 선수 12명이 아이티 대표팀을 선택했다. 로건 코스타, 스티븐 모레이라, 윌리 세메도 등 3명은 카보베르데 대표팀에 합류했다. 카림 부디아프는 카타르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프랑스의 축구 인재 수출 현상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아프리카와 프랑스어권 국가들은 프랑스에서 성장한 이중국적 선수들을 더 이른 시점부터 확보하려 하고 있다.
프렌키엘 교수는 “알제리가 2019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이중국적 선수들을 앞세워 우승하는 모습을 본 다른 나라들이 같은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 이런 나라 중 하나가 월드컵 정상에 오른다면 흐름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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