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항료 국제법 위반 논란에… 이란, 독점 유료 보험 의무화 추진
통제권 확보 시도… “위험한 선례”
美제재기관에 납부해야… 딜레마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을 대상으로 자국이 독점하는 유료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통항료가 초래할 수 있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피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19일(현지시간)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이 홈페이지에 올린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항에 관한 일반 및 특별 약관’과 ‘선체 전쟁 항해 보험(hull war voyage insurance)에 관한 약관’을 보면 해협을 지나가려 하는 모든 선박은 PGSA가 승인한 의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보험은 나포, 압류, 체포, 이동 제한, 억류, 지정 항로 내 기뢰 등으로 인해 선박에 손해를 입었을 때 이를 보장해 준다. 다만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간 전쟁이 발발한 경우나 검역·세관 관련 위반에 따른 처벌인 경우 등은 예외다.
보험 수수료는 두 달간 면제된다. PGSA는 이날 엑스(X)에 띄운 공지문에서 종전 양해각서(MOU)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바와 같이 17일부터 60일 동안은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는다며 “모든 비용은 이란 정부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일시 조치일 공산이 크다. “PGSA가 향후 보험료를 도입할 권리를 보유하며 요금이 결정되면 선주는 보험을 구매하고 갱신해야 한다”고 약관에 명시됐는데, 무상 서비스 기간이 지난 뒤에는 유료화하겠다는 예고로 해석된다.

이란이 의무 보험을 도입하려는 것은 통항료 부과가 국제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상 폭이 좁은 호르무즈해협은 연안국 영해에 속하더라도 전 세계 선박이 방해받지 않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에 해운 업체, 중동 걸프(페르시아만) 연안국, 대형 석유 기업 등은 해당 해협에서의 통항료 부과를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이란 입장에서 통항료 징수는 해협 통제권 확보 시도의 일환이다. PGSA는 “라라크섬 인근 지정 항로로만 통항이 허용된다”고 보험 약관에 적시하고 있는데, 해당 항로는 해협 북부 이란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다. 어떤 경로 이탈도 엄격히 금지되며 약관 위반으로 간주된다는 게 PGSA의 경고다. 미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오만 해안 인근 남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 수가 증가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더불어 PGSA를 거치지 않으면 안전 통항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이란 입장이다. PGSA가 “통항 신청을 처리하고 허가를 발급하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약관에 명시돼 있다. 보험 가입 때 발급되는 통항 허가증은 단일 통항만을 승인하며 발급 뒤 5일이 지나면 만료된다. 통항 때마다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PGSA 약관을 살펴보고 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이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항료 부과가 다른 전략적 수로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단일 연안국이 부과하는 의무 보험 역시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의무 보험 구상은 해협 통과 선박들을 진퇴양난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PGSA는 미국·이란 간 전쟁 중이던 지난달 5일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관리하겠다며 신설한 기구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최근 PGSA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세탁 기구로 보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PGSA 승인 보험에 가입하는 선주는 미국의 제재 대상 기관과 거래하는 셈인데 여기에 미국 은행이나 보험사가 연루됐을 경우 해당 외국 기업 대상 미국법상 민·형사상 처벌(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가능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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