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이 발등 밟고, 178m 더 갔는데…법원 판단은 달랐다

8세 아이의 발등을 밟고도 차량을 멈추지 않은 고령 운전자에게 법원이 뺑소니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024년 1월 10일 오후 3시 20분쯤 서울 성북구 도봉로의 한 골목길에서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할머니와 함께 걷던 당시 8살 초등학생 김 모 양과 부딪혔습니다.
김 양은 차량 조수석 쪽 펜더에 부딪혀 넘어진 뒤 앞바퀴에 발등을 밟혀 발목 염좌와 타박상 등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인 72살 A 씨는 차량을 멈추지 않은 채 사고 지점에서 약 178m 떨어진 빌라 주차장까지 이동했습니다.
김 양의 할머니가 뒤쫓아가 항의하자 A 씨는 앞에서 나오는 차량을 피해주려다 아이를 보지 못했고, 사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A 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뺑소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 판사는 “운행한 차량의 보닛 높이가 120㎝로 비교적 높은 반면 피해 아동은 키도 작고 몸무게도 가벼워 차량이 충격했음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이를 치고 지나간 후 차량 흔들림이 거의 없었던 점도 감안해 피고인의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의 주시점, 인지능력, 판단 능력 등에 의하면 사고 당시 피해 아동을 충격 및 역과하는 상황을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나, 이를 객관화해 명확히 판단하기는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도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판사는 또 “피고인이 도주할 생각이었다면 불과 200m도 채 되지 않은 곳까지 서행한 후 주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선고는 오는 8월 14일 내려질 예정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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