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불가’ 숙박 상품의 유혹…“지난해만 피해 800건”

■ 온라인 숙박 예약 느는데…'환불 불가' 상품 피해도 증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숙소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일 겁니다. 여러 숙소를 비교해 보고 간단하게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플랫폼을 이용하다가 피해를 당했다며 구제를 신청하는 건수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지난해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 계약 관련 피해 구제 신청 건수(2,662건) 가운데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을 이용했다고 답한 경우(1,932건)가 72%를 넘었습니다.

인터넷 플랫폼으로 숙소를 뒤지다 보면 눈이 크게 떠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같은 숙소, 같은 조건인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경우입니다. 혹시나 방이 모두 사라질까 싶어 덜컥 계약 버튼을 누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 꽤 높은 확률로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바로 '환불 불가' 상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이유 중 1위가 '환불 불가' 상품이었습니다.
해외 기반의 한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해 숙소를 예약했던 직장인 김 모 씨는 "출장지가 바뀌어서 예약 일주일도 안 돼 취소 신청을 했지만 플랫폼에선 '환불 불가' 상품이라며 환불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숙박 예정일이 한 달 이상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이런 '환불 불가' 상품으로 인한 피해가 지난해만 800건이 넘습니다. 중복 예약(오버 부킹)과 플랫폼상 안내한 것과 다른 숙소 환경이나 안전 문제 등을 포함한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 그리고 인원 추가 요금이나 객실 특이 사항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발생한 '표시 광고' 부문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최근 3년(2023~2025년)을 놓고 봐도 '환불 불가' 피해 신청이 가장 많았습니다.
■ "7일 이내 취소하면 환불이 원칙"이지만 합의는 절반 수준
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 소비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숙소를 예약한 시점부터 7일 이내에 예약을 취소하면 환불해 주는 것이 원칙이란 겁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는 청약 철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숙박의 특성상 숙박 예정일에 가까워져서 예약을 취소하게 되면 재판매가 힘들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전에 예약을 취소해야 안전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면 성수기의 경우 계약 후 24시간 이내 취소 또는 사용 예정일 10일 전까지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원에 숙박 계약 관련 피해 구제를 신청하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강제성이 없는 터라 피해 구제 절차로 플랫폼과 소비자가 합의를 이룬 경우는 54%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플랫폼의 환불 또는 배상 거부 등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피해 구제 절차를 매듭짓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김 씨는 아예 진행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숙박 요금 20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서 1년 이상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구제 절차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그도 안되면 민사소송까지 넘어가야 합니다.
■ 국내법 비껴간 해외 플랫폼 피해 '속수무책'
더 큰 문제는 해외에 기반한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의 경우 대부분 국내 전자상거래법 등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환불 불가'를 약관에 고지했다는 이유를 들며 합의를 거부하면 마땅한 시정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023년 대법원 판례를 봐도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을 숙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단순 중개자로 봤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한 플랫폼의 '환불 불가' 조항이 약관법상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위라며 플랫폼에 시정명령을 내렸는데요. 대법원까지 거치며 '환불 불가' 조항은 숙소(호스트)의 계약 내용이고, 플랫폼은 당사자가 아니라며 플랫폼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판례는 약관법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은 것일 뿐"이라며 "특별법인 전자상거래법이 더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 기반 플랫폼은 해외 숙소 및 호스트의 조항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라는 주장으로 합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들어 일부 플랫폼이 유명 가수의 공연을 앞두고 숙소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바가지요금을 부과하는 등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 이용자는 더 늘 텐데 피해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떻게 제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결국 이 공백 기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원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에게 "숙박시설을 예약할 때는 사업자가 개시한 환불 조항의 세부 내용 확인과 분쟁에 대비해 예약 확정서 또는 예약 내역을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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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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