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마음수련 권한 ‘부동산 스승’의 민낯… 경기 광주 송정지구 ‘부비독’ 개발사기

신지영 2026. 6. 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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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돈으로 대출 실행 ‘무자본 갭투자’ 방식
실제 골프 회원권·암호화페·포르쉐 운영 지출
다른 채무금 돌려막기도… 경찰, 기망 판단
“마음 비움 강조, 사업 안 풀려도 참고 기다려”

광주 송정지구 ‘부비독 부동산 사기 사건’을 벌인 유명 부동산 강사 A씨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강연 사진. A씨는 강사로 얻은 유명세와 1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1천명 가량을 모아 카톡방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경기광주 송정지구에서 발생한 다세대 주택 개발사기 사건(6월 19일자 5면 보도)의 본질은 ‘무자본 갭투자’였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점이 사건 핵심이라고 짚었는데, 특정정보를 독점한 부동산 강사를 통해 큰 경제적 이익을 형성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범행 바탕에 있었다.

■무자본 갭투자에 사적 유용까지 겹친 ‘광주 송정지구 개발사기’

유명 부동산 강사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수강생 대화방 ‘부비독’(부자가 되는 비밀독서단)을 통해 지난 2021년 광주 송정지구 다세대 주택 개발 사업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한다. 같은해 5월 “올해 설계, 내년 바로 분양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피해자들을 꾀어낸 A씨는 이렇게 얻어낸 투자금 29억원을 바탕으로 220억원에 달하는 전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 피해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설명한 수익은 사업비의 20~30% 수준이었다. 1년 새 20%의 수익을 준다는 감언이설은 거부하기 힘든 투자처럼 보였다.

애초 계획이 적은 초기 투자금을 바탕으로 일으킨 대규모 대출로 사업을 실행하고 분양수익으로 대출금을 상환한 뒤 남은 수익을 나누는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 방식이었다.

문제의 광주 송정지구 개발의 경우 초기 자금으로 사업 예정지의 채비지(개발사업 자금 확보용 매각토지) 12필지를 매수하는데까지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A씨는 전체 사업자금 80%를 금융기관 대출로 실행할 계획이었으나 대출이 불가했던 것이다. A씨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가구 수가 많아지면 ‘주택법’에 적용을 받아 허가가 늦어지는 점을 고려해 8필지, 48개 가구만 사업을 진행하려 계획하는 등 부동산 지식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무자본 갭투자와 A씨의 부동산 전문성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이 사업은 전반에 걸쳐 기망의 의도가 있었다는게 경찰 판단이었다.

수원영통경찰서가 작성한 송치결정서에 따르면 A씨가 대표로 있는 B법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사업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 사용했다. 이 부분에 주목한 경찰은 수사를 통해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우선 B법인에 들어온 투자금은 A씨 대출금 상환, 골프회원권 등에 지출됐다. 이 뿐 아니라 주식과 암호화폐 거래대금, 포르쉐 차량의 운영비, 대출이자에 지출되기도 했다. 특히 다른 채권자에게 빌린 채무금을 갚는 용도로 쓰는 ‘돌려막기’ 행태까지 나타났다.

광주 송정지구 개발사업 전후로 A씨는 여주 상가 신축, 인천 상가분양, 평택 택지 분양, 경남 밀양의 아파트 분양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돌려막기가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봤다.

이 같은 무자본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경색에 극히 취약한데 별다른 대비 없이 여러 사업을 벌였고 투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대부분 사용한 정황까지 고려할 때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분양정보·동기부여글 등 공유 ‘부비독’ 대화방
스승 대우 받으며 피해자 추려… 29억 받아내
일부는 투자금 반환 민사소송 결과에도 안 믿어
운영법인·본인 파산 신청… 구제 못 받을수도

■부동산 강사에 대한 무한 신뢰가 범행근거

피해자들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부비독’ 대화방을 통해 A씨를 만났다. A씨는 부동산 뉴스, 분양정보, 동기부여글 등이 수시로 공유되는 단톡방이었는데 A씨는 이곳에서 ‘스승’으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대화방 참여자는 350여명 가량이었는데 일부 피해자에 따르면 1천명 가까이 모이기도 했다. A씨는 대화방에서 ‘마음수련’을 강조했다고 한다. 온라인 줌(Zoom)으로 열린 비대면 강의에서 부동산 시장은 본래 침체와 상승을 반복하니 하락에 휘둘리지 말고 투자를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대화방에 참가했던 한 피해자는 “다른 부동산 강의도 들어봤었는데 A씨 강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첫 시간부터 ‘마음을 비워라’, ‘엉덩이가 들썩이면 안 된다’ 같은 설명을 했던 것”이라면서 “계속 마음수련을 강조했는데 이 때문에 사업이 안 풀려도 항의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삭혔던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이처럼 장기투자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인천 상가 분양 성공사례 등을 공유하며 실력을 과시했다. 부비독 대화방의 분화는 피해자들에게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수백명이 모인 대화방에서 A씨는 투자를 할만한 피해자들을 추려 별도의 대화방을 개설했다. 투자 프로젝트에 따라 만들어진 대화방에 초대된 피해자들은 일종의 ‘선택’을 받은 사람처럼 느꼈다고 한다.

또 다른 피해자는 “A씨에게 투자 기회를 하사 받은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대화방에는 2016년부터 A씨와 같은 일하고 투자해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보며 믿음이 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A씨는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B법인을 통해 사업이 진행될 거라고 밝혔으나, 투자금으로 형성된 B법인의 자금은 A씨에게 계속 전달됐고 A씨는 이를 사적으로 지출했다.

복수의 피해자는 부비독 회원 중에 아직도 A씨의 사기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 하락장에서 발생하는 사업 지연일 뿐 A씨가 기망의 의도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진 않았을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한 피해자는 “A씨가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민사소송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소송을 한지도 모르고 A씨를 믿는 분들이 있다. A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피해자들이 ‘사업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5월 B법인에 대한 파산선고가 내려졌고 A씨 본인도 파산을 신청해 선고를 앞두고 있다. 파산으로 A씨 변제 재산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피해구제도 사실상 무산된다. 부비독 사건, 광주 송정지구 개발사기가 송치된 지 8개월째. 수사기관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이 피해구제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신지영·이시은 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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