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헐어 깨끗한 전기 사는 TSMC, 뒤처진 삼성전자

서영민 2026. 6. 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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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상여금 헐어서 재생에너지 사는 TSMC

TSMC 계약 물량은 누적 4.4기가와트다. 대만 안에서 그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샀다고 했다. 단순 용량 기준으론 원자력 발전소 4개다. (재생에너지는 이용률이 낮기 때문에 실제 연간 생산량은 절반이 안 될 것이다.) 지난해 연차 보고서에서 2024년 12월 현재 기준이라고 직접 밝힌 숫자다. 삼성전자는 10분의 1이 안될테니, TSMC는 정말 엄청난 양의 재생 전기를 사고 있다.

재생전기를 사는 방식도 매우 바람직하다. 발전사와 '앞으로 이만큼 20년 이상 산다'는 식으로 계약했다. 직접구매 계약(PPA)이다. 이건 보통 '건설 예정인 풍력·태양광 발전소' 개발사와 하는 약속이다. 내가 사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투자해서 지어, 라고 북돋아 주는 거다. 없던 발전소가 생기게 만드는 효과가 크다. 부가성(Additionality)이라고 한다.

대만 그린피스의 캠페이너 레나 장은 지난해 TSMC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재생전기 더 살 거냐?'고 돌직구를 던졌다. 그러자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직접 답했다. "비용이 좀 더 들어도 상관없다. 살 수 있는 녹색 전기는 반드시 산다."고 답했다.

TSMC는 정말 진심이다. 심지어 직원 상여금 비율까지 줄인다.

지난달 삼성의 성과급 협상이 화제가 되었을 때, 대만의 TSMC에서도 직원들의 성과급 인상 요구가 거셌다. 이 때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설명에 나섰다.

'세후 순이익의 12%였던 직원 보너스 분배 비율(직원 분홍이라고 부른다)을 10%로 줄인 사유는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전력 구매를 했고, 또 전기 요금 상승에 대응했다고 했다. 지속가능 자원에 투자하느라 그랬다. 그러니까 TSMC는 직원 성과급까지 조정해 가며 재생에너지를 사고 있다.


■ 이유는 ①비싸서, ②RE100

사실 대만에선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돈 많은 TSMC가 재생 전기를 '싹쓸이'해서 다른 회사들은 살 수가 없다. TSMC는 돈도 많고, 협상력도 대단해서 이길 수가 없다. 작은 기업들도 재생 전기를 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 불만이다. 실제로 2024년 TSMC는 풍력 거래 기록이 있는 16개 발전사의 전력을 사실상 전량 매입했다.

더 비싸다는데 왜 재생전기를 사려는 걸까? 간단하다. 전기 값이 계속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만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비싼 전기요금을 매긴다. 2024년 기사를 보면, 전기요금을 평균 11% 올리면서, TSMC 요금은 특별히 25% 올렸다. 더 많이 쓰는 기업이기도 하고, 사용량 증가율도 높으니 더 많이 내라고 했다. 제도가 변화의 인센티브를 만들었다.

또 RE100 때문이다. TSMC는 애플은 고객들이 요구하는 이 RE100 기준 충족에 진심이다. 시점도 당기려 한다. 애초에 2050년까지 RE100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삼성도 RE100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우리는 10년 당겨서 2040년까지 RE100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만 재생에너지 증가 상황을 보니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TSMC 독식을 우려하는 볼멘소리 때문인지, 협력사들도 녹색 전기를 살 수 있게 돕고 있다. 2023년 태양광 기업 ARK와 맺은 20년짜리 PPA는 TSMC가 반, 협력사가 반을 쓰는 것으로 계약했다. TSMC가 참여하면 더 유리한 조건에 싸게 계약할 수 있다. 자기 회사를 넘어서서 대만 전체의 재생 전기 확산을 이끌고 있다.


■ 대만 재생에너지 증가를 견인한다

대창화(Greater Changhua) 2b·4 해상 풍력단지가 표본이다. 규모는 920메가와트(MW)로 대한민국 전체 해상 풍력의 3배에 해당한다.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2020년 7월에 TSMC와 20년간 전기를 거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2023년이 되어서야 최종 투자 결정(FID)을 했다. 지난해 공사를 마쳤다. 그러니까 TSMC와의 계약 이후에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유는 이렇다. 풍력은 수조 원의 막대한 돈이 드는 프로젝트다. 돈을 빌리려면 '보증'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손해 보지 않을 가격에 사준다거나, 아니면 기업이 나서서 그 역할을 대신 해주거나. 대만 풍력 사업의 경우 1단계는 정부가 사주었고, 2단계는 TSMC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자 풍력 사업의 사업성이 확실해졌고, 실제 공사와 전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TSMC가 없었다면 얼마간 더 지연됐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리스크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즉, TSMC는 스스로 재생전기를 적극적으로 구매했고, 주변의 기업들도 구매할 수 있게 도왔고, 나아가 나라 전체의 재생전기 사업이 더 활성화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TSMC는 대만 재생에너지 증가를 견인한 가장 중요한 퍼즐이었다.

■ 삼성의 현주소: 녹색 프리미엄에 갇혔다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 RE100을 목표로 한다. TSMC보다 10년 늦다.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RE100 이행률은 9%였다. SK하이닉스는 11%. 해외에선 100%라는데, 사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쓰는 전기가 전체의 77%다. TSMC가 아직은 14%밖에 안 되니까 큰 차이가 아닌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TSMC가 계약한 풍력 전기 대부분은 이제 막 가동을 시작했거나, 아직 건설 중이다. 이게 다 본궤도에 오르면 차이는 급격해질 것이다.

또 진짜 차이는 이행률이 아닌 질(Quality)이다. TSMC는 직접 계약, 그러니까 새로운 재생 에너지 단지를 만드는 계약 위주다. 앞서 말했듯 부가성(Additionality)이 매우 높다. 삼성이나 하이닉스는 아니다. TSMC가 한 것 같은 대규모 PPA는 국내에서 아예 체결한 적이 없다.

대신 '그린 프리미엄'이란 걸 산다. 그냥 전기 요금을 내면서, 거기에 일정 금액의 웃돈을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방식이다. 간편한 대신, 재생 전기를 추가로 생산하게 만드는 힘이 거의 없다.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CDP 사에서도 장려하는 방법은 아니다.

애플은 RE100을 녹색 프리미엄으로 채우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ASML은 연차보고서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은 이 재생전기가 없어서 한국 진출을 꺼린다.

무엇보다, 기업 차원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회장이 나서서 '재생전기를 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RE100 하려면 재생전기 사야 하지 않나요? 라고 물어보면 대체로 이런 답이 돌아올 뿐이다.

'우리나라는 땅도 좁고 바람도 부족해서 재생전기 없어서 못 사요.'
'간헐적인 재생전기로 어떻게 반도체를 만들어요?'


■ 모든 게 기업의 탓은 아니다

단순 비교는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 가격 구조가 다르니까. TSMC가 '비싸도 재생전기'를 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전기와 재생 전기의 가격 차가 크지는 않다. TSMC가 부담하는 산업용 전기 가격은 한국보다 비싼데, 풍력은 한국보다 싸다.

한국은 격차가 크다. 산업용 전기 가격이 한국은 킬로와트 당 185원이다. 대만 대비 싸다. 풍력은 대만보다 훨씬 비싸다. 300원이 넘는다. 100원 넘는 격차가 문제다. 그러니까 재생전기가 '비싸도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후부 관계자는 '가격이 맞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이 한다, 가격이 안 맞으면 아무리 강제해도 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정부가 PPA 제도가 더 현실성 있는 제도가 되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복 논란이 있는 망 이용료나 수수료를 손보고, 부가비용을 낮추거나 지원하면서, 기업 간 PPA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기 사용량에 따른 요금 차등화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진짜 작동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기업 측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최근 들어 산업용 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태양광 PPA는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몇몇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 요금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고 전제했을 때, 지금 수준에서 고정된 가격에 20년 장기계약을 하는 게 결코 비싼 거래는 아니라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대규모 PPA를 체결했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다.

또 이 기업들은 용인에서 거대 반도체 단지를 꾸릴 예정인데, 재생전기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전기를 쓸 공장을 지으면서, 모자란 전기는 단지 내에 '가스 복합화력발전소'를 지어 충당하려 한다. LNG 전기는 절대 싸지도 않고, (LNG는 비싸서 한국 전력 시장에서 상시 전원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 꼭 필요할 때 응동 전원으로 활용된다) 깨끗하지도 않다.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 삼성전자는 키 플레이어

대만 모델의 본질은 분명하다. "싸지면 그때 산다"가 아니라 "내가 먼저 사서 싸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역할은 정부에 있지만, 결정적 퍼즐은 TSMC라는 기업이 완성했다. 기업이 자본을 들이부어 윤활제 역할을 했고, 정부가 제도로 받쳤다.

한국에서 같은 일을 누가 할 수 있나. 삼성전자다.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당연한 결정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변화를 선도할 결정이다.

삼성전자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40조 원이 넘었다. 2026년에는 단 1분기 영업이익만 50조 원이 넘었다. 연간으로는 300조 원이 넘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은 이 가운데 1~2조 원을 장기 PPA의 가격 차이 흡수와 개발사 금융 종결 지원에 쓴다면 회계상으로 과도한 부담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사회적 효과는 거대할 것이다. 첫째, 신규 해상풍력 단지의 금융비용 조달 가능성이 올라간다. 둘째, 후속 사업의 PF 대출 금리가 내려간다. 셋째, 협력사 공동구매 모델로 확장하면 공급망 전체가 따라온다.

게다가 대만과 달리 우리는 모든 공급망을 국산화할 수 있다. 대만은 대부분의 기자재와 부품을 수입하지만, 한국은 국내에서 생산한다. 사업이 정착되고, 경험이 쌓이면 가격은 대만보다 더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TSMC는 직원 성과급을 헐어서까지 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 기업들도 더 늦기 전에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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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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