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지으면 ‘전기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바다에 띄운다

한예나 기자 2026. 6.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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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X파일] 조선사들, AI시대 새 항로 뚫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조감도. /뉴스1

HD현대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엔진인 ‘힘센’ 엔진 공장 증설을 내부 검토 중이다.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이 엔진은 원래 선박용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전환 움직임 속에서 틈새시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업체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과 맺은 총 6200억원 규모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이 대표적이다. 에이페리온은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생산할 계획인데, HD현대중공업은 선박용 엔진을 데이터센터용으로 바꿔 빠르게 발전 설비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한발 더 나아가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데이터센터용 힘센 엔진 생산 라인을 증설해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업 새 먹거리가 된 데이터센터

AI 데이터센터가 조선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지만 전력 공급 문제뿐 아니라 부지 확보, 서버에서 나오는 막대한 열(熱) 관리 등 여러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바다 위의 강자’인 조선 업계가 틈새시장을 노리고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HiMSEN)의 모습. /뉴스1

K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아예 데이터센터 자체를 바다 위에 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 설비와 냉각 장치를 갖춰야 해 넓은 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요 도시와 산업 거점 주변에서는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데 드는 전력과 물 사용량도 부담이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선박이나 해상 구조물 위에 설치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육상 부지를 새로 매입할 필요가 없고, 해수나 하천수를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해양 플랜트와 선박 건조 기술을 디지털 인프라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영국의 선박·해양 설비 인증기관인 로이드 선급(船級)과 부유식 데이터센터 설계 협력을 위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설계와 건조 기술을 맡고, 선주사와 선급은 사업 발굴과 인증 분야에서 협력하는 구조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AI 서버 전문업체 수퍼마이크로와도 해상 환경에서 AI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고 선박을 데이터센터로 개조 추진

일본에서는 중고 선박을 데이터센터로 개조하려는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 대형 해운사 ‘미쓰이OSK라인’(MOL)은 일본의 전력·전자기기 기업 히타치, 히타치시스템즈와 손잡고 중고 선박을 부유식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내부가 널찍한 중고 화물선이나 자동차 운반선 선체를 데이터센터 공간으로 재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세 회사는 2027년 이후 운용 개시를 목표로 수요 검증, 기본 사양 검토, 운영 절차 점검 등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MOL은 선박 개조와 항만 당국 협의, 계류·정비 등 해상 운영 요건을 맡고, 히타치 측은 데이터센터 설계와 설치, 네트워크·보안 등 IT 인프라 요건을 검토하는 식으로 업무를 분담했다.

MOL은 중고 선박을 활용하면 대규모 육상 부지를 새로 매입할 필요가 없고, 개조 기간도 약 1년으로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 개발보다 최대 3년가량 짧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해상에서 서버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염분과 습도, 진동, 전력 공급, 통신망 연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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