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과일 한창때 ‘할당관세’ 재 뿌리나
적용기간 한달 반 연장 발표
여름과일 가격 하락 추세에도
물가잡기 혈안에 농가만 피해

본격적인 국산 과일 성출하기를 앞두고 정부가 외국산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민생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인데 정작 여름철 과수 가격은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진 수입 완화 정책 탓에 농가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하반기 할당관세 등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바나나·파인애플·망고 3종의 할당관세 적용 기간을 연장한다. 당초 6월30일 종료 예정이었는데 8월15일까지 더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외국산 과일은 2월 긴급으로 도입됐다. 당시에도 설 대목을 앞뒀던 터라 농업계 비판이 거셌다. 물가당국은 ‘물가안정’을 내세우면서 “농가의 민감성을 고려해 국산 과일과 경합하지 않는 기간에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간 연장 조치로 정부 스스로 할당관세 운용 방침을 거스르게 됐다.
다만 물량은 추가 확대하지 않는다. 최재영 재경부 관세정책관은 “품목별로 기한 내 소진되지 않은 물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먹거리 물가가 불안하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종료 기간에 대해선 “8월 이후 국산 사과·배 등이 출하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설명과 달리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저렴한 편이다. 국가데이터처의 과실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 이후 줄곧 전년 동월 대비 낮다. 5월 들어 하락폭이 작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하회한다.
수급 전망도 양호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수박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견줘 2.4% 증가했고 최근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대표 여름 과일인 복숭아 작황도 안정적이다. 한국복숭아생산자협의회는 “전반적인 착과량이 지난해보다 늘었고 출하시기가 3∼10일 빨라질 전망”이라며 “복숭아 시세 형성에 악영향을 줄 할당관세가 연장된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산 과일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풀리면 국내 과수농가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정지태 복숭아생산자협의회장(충북 음성 감곡농협 조합장)은 “7∼8월은 복숭아 대목인데 이때 외국산 과일이 값싸게 들어오면 경쟁에서 밀려 직격탄을 맞게 된다”면서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이 낮아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쉽게 수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부는 달걀 가공품, 사과 농축액, 냉동 과일(기타)을 비롯한 식품원료 10개에 대한 할당관세 종료 시기를 6월에서 연말로 연장한다. 포도 농축액, 기타 과실 주스, 복숭아·파인애플 주스 등 식품원료 7개, 사료원료 2개에 대해서는 7월1일부터 연말까지 새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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