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잃은…학교 앞 문방구 ‘쓸쓸한 퇴장’ [현장, 그곳&]
“병아리 키우던 유년의 기억”…대형화·제도 변화 속 쓸쓸한 퇴장

“혹시라도 아이들이 찾아올까봐 물건은 항상 채워놓고 있습니다.”
18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 중구 한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 공책과 필기구 등 학용품을 비롯해 딱지, 장난감 뽑기 기계 등 초등학생들이 찾는 상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1시간이 넘도록 가게를 찾는 어린이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31년째 문구점을 운영한 60대 김모씨는 “옛날에는 공짜 슬러시 이벤트를 해 어린이 손님 발길을 잡아야 할 정도로 문구점도, 어린이도 많아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린이 손님은 아예 없는 수준”이라며 “하루에 1~2명 오면 많이 오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인천 미추홀구 또 다른 문구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문구점 주인 70대 A씨는 수십년간 문구점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매점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인천지역에서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동네 문구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날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인천지역 문구점(문구용품 및 회화용품 소매업)은 지난 2024년 기준 447곳이다. 11년 전인 1993년 1천264곳에 비해 817곳(64.6%)이 줄어든 수치다. 10곳 중 6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중구에 사는 40대 주민 김미주씨는 “문방구를 지나갈 때면 어릴 적 또래 친구와 간식을 사 먹고, 예쁜 공책을 고르며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이어 “문방구와 함께 추억도 사라지는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다이소나 온라인 쇼핑몰 확산,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등을 문구점 감소의 이유로 꼽는다.
조합 관계자는 “동네 문구점은 물품이 다양하고 접근성이 높은 대형 매장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로 필요한 물품을 학생들에게 나눠줘 어린이들이 문구점을 찾을 일이 줄어든다”고 진단했다.
한 문구점 대표는 “각 학교의 학습준비 지원제도에 참여하려 해도, 영세한 문구점이 대형 업체와 경쟁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024년 지역 문구점 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학습준비물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문구점 구매 권장 비율, 권장 물품 등 지역 문구점 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았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물품 구매는 학교장 재량으로 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을 위해 가급적 학교 인근 문구소매점 이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부산시 조례안과 관련, 인천에서 적용 가능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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