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라면,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전 세계 라면 기준 바꿔”
해외서 맛과 품질로 스낵을 넘어 한끼 식사로 인정
인기의 비결은 매운맛…순한맛 선호 현지 전략도 뒤바꿔
초등학교 교사 그만두고 마니아에서 전문가로 활동 선언
국내 1호 라면 박사 목표…대학 강단에 서는 날 오길

K라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액은 2조 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식품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K라면은 K드라마의 흥행에 발맞춰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거듭나는 상황이다. 한국 라면이 K푸드의 선두주자에 서게 된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영준 라면 평론가는 19일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라면의 가장 큰 매력은 중독성 강한 매운맛”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의 특성으로 느끼함을 지닌다”며 “한국 라면의 매운맛이 특유의 느끼함을 가려준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지 평론가는 2013년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라면에 별점을 매기며 라면 마니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3년부터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라면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그동안 2300여 차례에 걸쳐 국내외 다양한 라면을 소개해왔고 최근에는 방송 출연과 라면 인문학 강의, 라면 개발 자문 및 컨설팅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는 한국 라면의 인기 비결에 대해 “과거에는 인스턴트 라면이 스낵(간식) 정도로 인식됐지만, 라면 산업이 발전하면서 한 끼 식사로 인정할 만큼의 제품이 나오게 됐다”며 “이제는 반도체처럼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바로 한국 라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라면이 전 세계 라면의 기준마저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불닭볶음면 등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미주 대륙과 유럽까지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덴마크에서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를 받았지만, 한국 정부와 제조업체 측이 성분 분석결과 등을 제시하자 덴마크 측이 리콜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얼큰한 맛에 중독됐다”며 “K라면은 순한 맛으로 순화해 팔던 제조사의 현지화 전략마저 바꿔놓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라면이 과학적 성과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는 직선일 때보다 면이 서로 덜 들러붙고, 면 사이로 국물이 쉽게 스며드는 장점 때문”이라며 “직선 면에 비해 외부 충격에 강해 면발이 부서지는 것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또 구불구불한 라면을 직선 형태로 풀면 길이가 무려 40m에 달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올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전문서적 ‘라면의 과학’도 집필했다. “라면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대중 식품이지만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아 책에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면의 본고장 격인 한국에서 정작 라면이 좋은 음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라면이 영양분이 부족한 식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며 “라면은 풍부한 열량은 물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함유된 영양식으로 과거에는 ‘제2의 쌀’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안도 모모후쿠 닛산식품 회장,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모두 생산 라면을 즐겨왔지만 90대까지 장수했다”고 덧붙였다.
라면의 가성비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는 “라면 가격은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가관리 품목에 포함돼 있다”며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뛰어난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삼시 세끼 라면만 먹을 경우 영양 섭취에서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며 지나친 의존도는 줄이라고 조언했다.
라면 평론가의 라면 섭취량은 얼마나 될까? 그는 “임용 고시 준비를 하면서 다양한 라면을 맛보는 소박한 취미가 생겼다”며 “14년째 일주일에 라면 10~15개를 먹는다”며 웃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내 1호 라면 박사’로 강단에 서는 일이다. 그는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가 라면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생각에서 올해 식품학과 학생으로 변신했다. 지 평론가는 “기회가 되면 대학에 라면학과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대학에서 국내 1호 라면 박사로 강의를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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