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값 잡기’가 주택 정책의 전부는 아냐” [부동산, 묻고 답하다]④

이슬기 2026. 6. 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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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묻고 답하다] 를 연재하며
주택시장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책의 방향과 금리의 변화, 시장의 대응, 그리고 참여자들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KBS는 각기 다른 시각을 지닌 부동산 전문가들을 차례로 만나 시장의 이면과 정책의 함의를 차분히 짚어보고자 합니다. 집값을 둘러싼 쟁점과 변화의 징후를 민간과 학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거복지와 도시정책, 공공개발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학자이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공공주택 정책 전문가입니다.

연구자에서 공기업 경영자, 장관으로 이어진 이력 때문에 그의 주택시장 인식은 학술적 진단과 정책 집행 경험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책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결정권자의 입장에서 집행까지 경험해 본 변 교수에게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의 방향에 대해 물었습니다.

■ "'집값 잡기' 주력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주거 복지'는 아쉬움"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현 정부가 여러 국정 과제 중에 가장 공을 들인 것 중의 하나가 부동산 대책이 아닌가 합니다. 다양한 규제와 공급 대책도 있었고요. 현재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라든지, 보유세 인상 등의 추가 조치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학자이시면서 공직에서 정책 결정에도 참여해 보신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 어떤 점이 잘 되고 있고,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보시는지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이재명 정부가 전체적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또 부동산을 통해서 투기적 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시작할 때부터 아주 분명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은 공약에서도 나왔고, 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발표됐고, 그 이후에 발표된 정책들도 그 기조가 유지가 됐습니다.

처음 발표했던 6·27은 수요 억제 정책이고, 그다음 9·7 대책은 공급 확대 정책이고, 10·
15는 다시 수요 정책이고 그다음에 올해 했던 1·29 대책은 또 공급 확대 정책이죠. 그러니까 수요 억제와 공급을 번갈아 가면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활용했는데 둘 다 목표는 '주택 가격 안정에 초점 맞춘 정책'이라고 봅니다.

근데 주택 정책은 여러 다층적인 목표가 있는데 주택 가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좀 빠진 부분이 자꾸 있는 겁니다. (다른 정책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주택 정책의 기조가 주택 가격 안정보다 주거 복지에 초점을 맞추거나 또는 주거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집값 안정 문제도 더 해결될 수 있지 않았을까'. 또는 '지역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서울의 주택 문제 부담을 좀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발상의 전환이 좀 필요한데 그 점에서는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 "'집값'만 쳐다보다 보면 주거문제 본질에서 멀어져"

기자 : 주택 정책에서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집값에 민감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주택 정책을 이야기할 때 서울의 고가 아파트 또는 강남 3구나 또는 한강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주된 문제로 생각하거든요. 물론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고가 주택 가격 상승이 주택 문제의 전부이거나 또 대부분이거나, 또는그 주택 가격을 덜 오르게 하거나 또는 떨어뜨리는 것이 주택 정책의 마치 목표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정부가 집값 안정과 주거 복지를 함께 추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주택 정책의 목표를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을 잡는 데 두다 보면 전체 정책의 기조, 프레임이 흔들려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주택 정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현 상태의 주거 상태가 안정적으로 보장이 되거나, 주거의 질이 점점 좋아지거나, 또 주택을 둘러싼 환경들, 동네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제일 초점을 맞춰야합니다.

'집값을 인위적으로 높이자, 방치하자' 이런 주장이 아니라 다른 정책에 주된 초점을 맞추게 되면 '집값의 움직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줄어들면서, 더 중요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집값은 잡기도 어렵기도 하지만 설사 잡았다고 해도 다른 지역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거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지방은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았지만 지방의 주택 문제가 해결됐다 볼 순 없잖아요. 지방의 주택은 훨씬 노후화돼 있고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다른 지원 서비스라든지 돌봄이라든지 또는 편의시설이라든지 접근성이라든지 이런 문제는 전혀 해결돼 있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우리의 주택 정책의 목표는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주거 서비스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거나 주거의 질이 낮은 또는 주거의 불안정 문제 또는 주거복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 이 문제에 대한 강조점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변창흠 교수는 최근 주택 문제를 단순히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만 보는 시각에 비판적이었습니다. 특정 지역의 가격 급등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자극하지만, 주택 문제의 본질은 지역 간 주택가격 격차, 노후 주거지의 주거 질 저하, 지방 건설 투자 부족, 주거복지서비스의 결핍에 있다는 논리입니다.

정책 목표에 있어서도 집값 자체를 누르기만 하는 데서 벗어나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다양한 계층이 함께 사는 도시를 만드는 쪽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 "과거보다 주택 공급 오래 걸려.. '집값 잡는' 정책 수단 제한적"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어떤 정책을 통해서 집값을 잡겠다, 자꾸 선언하면 그 목표가 달성이 안 됐을 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겁니다. 주택 정책의 목표를 가격 잡는 데 초점을 두면 자꾸 정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정책의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떨어져서 다른 정책을 했을 때 목표가 달성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변 교수는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너무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반복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주택자나 고가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정부 정책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기자 : 현실적으로 집값을 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부에선 집값 잡기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반발할 수도 있을 법한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한국에서는 급격한 산업화와 수도권 집중을 거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게 주택 문제의 가장 핵심이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지금까지 해온 게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정책인데요. 이 두 개를 계속 섞어 써왔거든요. 근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잘 쓰면 가격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결정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급 확대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과거에는 공급을 결정하고 난 다음에 실제 공급되기까지 기간이 짧았어요. 가령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에 발표가 됐어요. 그리고 10월에 분양했고, 2년 뒤인 1991년에 입주했어요. 그리고 95년에 입주 완료입니다. 3기 신도시는 2018년 12월에 발표되고요. 그런데 지금 본격적인 입주는 아마 2029~ 30년이에요. 주택 공급의 효과가 바로 주택 가격 안정으로 가기에 과거에 비해 시간이 너무 걸리는 거죠.

수요 억제의 경우 금리를 올리거나 세금을 부과하거나 규제 지역을 설정하는 등의 수단을 쓰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중에 정부가 완전히 온전히 쓸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아요. 보세요. 금리는 우리가 마음껏 할 수가 없잖아요. 국제적으로 결정이 되잖아요. 한국이 혼자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릴 수 없죠.

그다음에 유동성인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다른 여러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유류비 지원을 위해서 할 수도 있고, 또 복지를 위해서도 할 수도 있고 코로나 때문에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이 유동성이 확대되는데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 통제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겁니다.

기자 : 보유세 인상이라는 카드도, 긴 호흡으로 보면 강력할 수 있는데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이제 세제가 남는데, 정치적으로 되게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순전히 주택 가격만을 목적으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쓰기도 아주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보유세가 국제적으로도 다른 세금에 비해서도 너무 낮으면 좀 올리는 것은 필요하죠.

그렇지만 이것을 통해서 집값을 잡아야 되겠다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세의 정상화라고 봐야죠. 근로소득보다는 양도세를 좀 더 부담스럽게 하는 게 맞는 거죠.


■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 설계 잘못돼..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

변 교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솔직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특히 문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했던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잘못된 방식을 선택해 '불운한 제도'가 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자: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재임 시절 추진했던 민간 임대 등록 제도 활성화가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의 원인이 됐다는 그 분석이 나중에 나왔는데요. 왜 실패했다고 보시는지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당초에 저는 그 당시에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해서 특혜를 주기보다는 '민간 임대주택'에 대해서 등록제를 하자 이런 제안을 했어요. 주택은 자기가 쓰는 거에 대해서는 품질이 어떻든, 가격이 어떻든 신경 쓸 건 없지만 이것을 남에게 임대사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신고, 등록을 하고 공적인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민간 임대주택에 대해서 의무 등록제를 의무화하면 민간 임대사업 주택의 임대료 상승이라든지, 계약갱신청구라든지 추가로 의무화시키면 되는데, 이상하게 '임대주택에 대한 등록'이 아니라 '임대사업자에 대한 등록'을 인센티브 방식으로 적용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불운하게도 정권 초에 앞서 발표했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나 양도소득세나 종부세에 대한 누진 적용이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면제나 감세가 돼버리기 때문에 그 혜택이 당초에 설계할 때보다도 훨씬 크게 나타나 버린 겁니다.

그러니까 종부세나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가 활용되면서 결국 주택 가격이 상승하거나 또는 다주택자가 세금을 회피하는 수단 또는 주택을 매집하는 수단으로 잘못 활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교수님 말씀 듣고 보니까 생각나는 게 세입자나 매물을 구하는 사람들이 그 주택을 보고 이게 그 등록된 주택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처음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 했었거든요.주택이 아니라 왜 사업자를 등록하게 하는 방식이 됐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의문이 드네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세입자의 경우에는 전세 등기를 거의 하질 않기 때문에 임대인의 자산이나 전세보증금의 상태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세금이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거죠.

세입자가 주택의 상태, 주택 가격과 보증금의 전체 규모에 대해서 알 수가 있어야죠. 다가구주택인 경우 특히나 더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임대주택 등록제도랑 같이 연계되었다면 사실은 전세 사기같은 문제가 훨씬 더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공급 없는' 도시재생 한계 명확.. 다양한 사업 모델 만들어야"

기자: SH와 LH사장을 역임하셨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얘기를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민주당 정부에서는 개발보다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가 매우 컸잖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주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도시 재생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왜 이런 결과로 이어졌을까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1년 10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는데 그때가 뉴타운 출구전략이 막 논의되는 시기예요. 그해 12월에 뉴타운 출구전략이 법제화돼요. 그 다음해 1월에 새로운 방법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해요. 새로운 방법이 뭐냐면 가로주택정비사업하고 주거환경관리사업이었어요.

근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시에서 제안한 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네 면이 모두 도시계획도로로 접해야 하는데 그런 곳이 어디 있겠어요. 거기다가 90% 동의받아야 하는데, 도시계획도로로 접하면 옆에 빵집, 편의점, 도시형 생활주택 다 있는데 철거를 할 수 있겠어요? 하나도 못하는 거예요.

기자 : 뉴타운과 대규모 재개발 같은 전면철거형 정비가 원주민 이탈이나 분담금 갈등을 유발하자 '기존 저층주거지를 보전하면서 개선하자'는 흐름이 생긴 건데, 대안으로 떠오른 가로주택 정비 사업의 현실성이 떨어졌던 거군요. 현재는 그때보다 제도가 좀 더 보완된 것으로 알고 있긴 한데요. 그래도 소규모 정비사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인거 같습니다.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주거환경관리사업은 휴먼타운을 본받은 건데, 집은 그대로 두고 골목을 다듬는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안 한 거잖아요. 그러다가 재생사업을 한 건데 재생사업은 집을 안 건드리잖아요. (도시재생법에 따라) 도시재생 활성화 구역에 정비사업도 들어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넣지 못했어요.

계획만 수립하면 뭐 합니까? 계획을 수립해도 사업 권한이 없으니 길을 내고 싶어도 내가 낼 수가 없죠. 정비사업을 하려고 할 수도 없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골목 다듬는 거에요. 만약 구역 내에 시유지가 있으면 거기다가 커뮤니티센터 짓는 거나, 부지가 아주 넓으면 임대주택 짓는 거 그게 다예요. 그러니까 재생사업을 다 했는데 집은 하나도 못 짓는 거예요.

기자 : 도시재생법상 계획 권한이 있으니까, 지도 위에 선을 긋고 목표를 적을 수는 있는데, 계획을 물리적 사업으로 실행하기 위한 권한이 없었다는 거군요. 어쨌든 물리적 개선을 하려면 각종 법률에 따른 사업시행자 지정, 실시계획 , 토지 확보와 재원 조달 등이 필요하니까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제가 박원순 당시 시장에게 '뭐를 안 하는 게 목표가 되면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얘기했는데, 공무원들이 무섭습니다. 계속 재생, 재생 시즌2, 3 정책을 계속 시장에게 가져다 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계속 해도 공급이 안 되는 거죠.

변 교수의 주장은 뉴타운·재개발의 부작용을 피하려다 보니,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철거하지 않는 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 결과 실제 주택의 노후도·주차·도로·기반시설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변 교수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도시 개발의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기자 : SH에서 한계를 느끼셨다는 건데, 그 이후에 SH보다 더 큰 LH에서도 사장을 하셨잖아요. 거기서는 도시재생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시도하셨나요?

변창흠 교수(전 국토부 장관) : SH사장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그때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지명받고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드렸어요. "장관님 도시 재생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업입니다. 프로그램은 예산을 쓰는 건데 예산을 다 쓰면 끝입니다. 그럼 예산 끝나고 그 다음에 뭐 할 겁니까? 사업이 돼야 합니다. 사업이 돼야 지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사업 되게 만드는 지원 역할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강조했어요.

그 이후 2년 뒤에 제가 LH사장이 됐는데요. 5년동안 13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세웠어요. 그때부터 공공이 정비사업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게 2019년 12월에 12·17 대책, 그 다음 해인 2020년 5·6 대책, 그 다음에 더 좀 세게 나가 8·4 대책. 그 다음해인 2021년에 국토부 장관으로 가서 공공주도형인 2·4 대책까지 한 거예요.

2021년 2.4대책에서 도입한 공공도심복합개발(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지금 49곳에서 하고 있거든요. 서울만 44곳인데 이번에 강남에서도 들어오고. 도심에서 이정도 규모의 공공 개발이 이뤄진다는게 대단한 거예요.

변창흠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 도시재생 뉴딜이 생활SOC와 프로그램 중심에 머물렀다고 보고, LH·SH가 시행자로 참여해 정비사업·복합개발·공공주택을 결합하는 ‘사업형 재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실제 2019년 말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도시재생 혁신지구, 2020년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2021년 2·4 대책의 공공직접시행·도심복합사업은 변 교수가 주장한 '공급형' 도시재생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이들 대책의 공식 성격은 도시재생 뉴딜이라기보다 수도권 도심 주택공급 확대정책에 가깝습니다. 또, 실행 과정에서는 주민동의와 사업성, 공기업 신뢰 문제라는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에서 변 교수는 '무조건 보존'하는 도시재생과 '무조건 철거'하는 정비사업에 모두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기존 도시재생은 골목 정비나 커뮤니티센터 조성처럼 예산을 쓰는 프로그램에 머물렀고, 실제 주택과 토지를 바꾸는 사업 모델이 부족했다고 본 겁니다. 반대로 기존 재개발·재건축은 대규모 전면철거와 고가 상품주택 공급으로 흐르면서 원주민 재정착과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합니다.

그래서 그는 공공이 금융, 인허가, 리스크 관리, 용적률 인센티브를 결합해 민간이 하기 어려운 사업을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공공 디벨로퍼’ 역할을 강조합니다.

다만 그의 발언은 전직 LH 사장과 국토부 장관이라는 이력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이 리스크를 안는다는 것은 결국 LH의 재무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공공임대 손실과 택지 매각 둔화로 LH의 수익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공이 모든 공급을 책임지기는 어렵단 겁니다.

또 공공이 만든 주택이 시장 선호를 대체할 만큼의 품질과 입지 경쟁력을 갖출지도 불확실합니다. 주민 동의, 세입자 이주, 지자체 갈등을 넘는 속도 역시 기대보다 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공주도 공급은 필요하지만, 만능 해법이라기보다 민간·공공의 역할 분담과 재정 보전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 교수의 주장은 주택정책에 관한 논쟁을 '공급 대 규제'가 아니라 '어떤 주택을, 누구를 위해, 어떤 사업 모델로 만들 것인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부동산, 묻고 답하다] 를 연재하며
“앞으로 1년 부동산 시장, 보유세에 달렸다” [부동산, 묻고 답하다]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21085
“주택시장은 폭풍전야…전월세 불안이 뇌관” [부동산, 묻고 답하다]②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45893
지방선거 흔든 부동산…집값 잡을 정책은? [부동산, 묻고 답하다]③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79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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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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