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엔 K팝, 넷플릭스엔 K드라마…활짝 열린 ‘K의 시대’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또 넘어져도 난 또다시 일어나.”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6월 12일(현지 시간)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곳에서 한국어 가사를 담은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 제목은 ‘DNA’로 한국계 아티스트 이재(EJAE)가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불렀다. 이재는 앞서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참여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부른 ‘DNA’의 한국어 가사 부분은 이재가 직접 작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 한국계 아티스트가 한국어 가사 노래를 만들고 부른 것 자체가 오늘날 K컬처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6월 12~13일 국내에선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이 열렸다. 공연을 보기 위해 10만여 명에 달하는 팬들이 부산을 찾아 ‘BTS노믹스’를 증명해 보였다.
K팝이 국내외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동안 K드라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글로벌 차트를 석권했다. 드라마 ‘참교육’은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영어권, 비영어권 포함) 1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등 46개국에서 선두에 올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1개국에선 10위권 안에 들었다. ‘참교육’뿐 아니라 ‘멋진 신세계’, ‘원더풀스’ 등 다른 K드라마도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은 2026년 6월 한 달 동안에만 나타난 일이다. 6개월, 1년 단위로 확장하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K컬처 관련 이벤트가 열리고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K컬처가 동시다발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확산되고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작품이나 아티스트만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열풍이 일어나는 본격적인 ‘K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곳곳에 열린 K컬처의 열매
K컬처 확산은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1년 전인 2025년 6월에도 큰 K컬처 열풍이 불긴 했다. 당시 주역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을 소재로 한 것은 물론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담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팬들의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흘러 K컬처는 또 다른 단계에 진입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흥행이 특정 IP로 한류의 힘을 증명해 보인 것이라면, 이젠 여기서 더욱 확장해 한류가 다채로운 줄기로 뻗어나갔음을 알 수 있다. K팝은 국내외 주요 무대는 물론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대형 이벤트를 이끄는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K드라마는 독창적인 세계관에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주요 장르로 평가받게 됐다. 글로벌 문화 영토 곳곳에서 탐스러운 K컬처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K팝 아티스트의 월드컵 무대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선 BTS 멤버 정국이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 무대를 선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4년 만에 열린 월드컵에서 또다시 K팝 아티스트의 공연이 마련된 것은 K팝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이번 월드컵에선 이재의 무대뿐 아니라 더 많은 K팝 공연이 개최된다. 월드컵 미국 개막식에선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가 월드컵 공식 앨범 수록곡 ‘골즈(Goals)’를 선보였다. BTS는 7월 19일 미국 뉴저지에서 열리는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 선다. 이재와 리사, BTS의 노래로 월드컵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채워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BTS의 공연을 통해선 K팝이 외국인 팬들을 한국으로도 대거 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산 지역 전통시장과 숙박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가 해당 공연 주간을 분석한 결과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3%, 전주 대비해선 5.7% 증가했다. 결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2.3%, 전주에 비해선 38% 늘었다.
‘참교육’부터 ‘멋진 신세계’까지 글로벌 차트 석권
K드라마 열풍도 뜨겁다. 그중 ‘참교육’은 큰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작품은 폭력, 도박, 마약 등으로 얼룩진 공교육의 실상을 그린다.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신설된 가상의 기관 ‘교권보호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액션물에 해당한다. 물론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방식의 작품 속 극단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하지만 ‘공교육과 교권 회복’이라는 명확하고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에서도 이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정의가 실종된 현실에 분노하게 만든다”며 “올해 나온 작품 중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교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방안을 고민하고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K드라마가 글로벌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교육’ 이외에도 여러 장르의 K드라마가 골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 6월 8~14일 기준 ‘참교육’이 넷플릭스의 비영어 TV쇼 순위에서 1위에 오른데 이어 퓨전 사극 ‘멋진 신세계’는 2위를 차지했다. 히어로물 ‘원더풀스’도 8위를 기록했다. 그 전주에 해당하는 6월 1~7일엔 더 많은 작품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참교육’, ‘멋진 신세계’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으며 ‘원더풀스’는 4위를 차지했다. 로맨스물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9위에 올랐다. K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유재석 캠프’도 10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이 두루 상위권에 올라 K드라마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게 높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젠 해외에서도 K컬처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미국 CNN 인터내셜은 지난 5월 ‘K-에브리띵(K-Everything)’이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할리우드 배우 대니얼 대 김(Daniel Dae Kim)이 진행 및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K-에브리띵은 전 분야에 걸쳐 한국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음악, 영화, 푸드, 뷰티 등으로 나눠 4부작 시리즈로 구성됐으며 국내외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3월에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넷플릭스에서 인도 영화 한 편이 공개됐는데 작품 제목이 ‘다시, 서울에서’(원제 Made in Korea)였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에 대한 꿈을 키우던 인도 여성 센바가 한국에 오게 되고 여러 한국인을 만나 우정을 나누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도에서 제작되고 인도 창작진과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 해당한다. 그런데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다뤄 색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서울에서’는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앞서 2023~2026년에 방영된 넷플릭스의 ‘엑스오, 키티’ 시리즈(시즌 1~3)가 미국에서 제작된 미국 드라마임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그려 큰 인기를 얻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K컬처 시장 목표치를 2030년 300조원 규모에서 40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바야흐로 한국이 곧 소재이자 장르가 되는 K의 시대가 아닌가. 전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고 즐기는 K의 시대에 400조는 물론 멀지 않은 시기에 그 이상의 꿈도 꿀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kimhk@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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