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트리오’의 질주…조 1위 32강 진출, ‘방구석 토너먼트’?

고승희 2026. 6. 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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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개막 일주일이 지난 북중미 월드컵이 조별리그 2차전을 이어가는 현재, 개최국 트리오는 초장거리 일정 속에서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꽃길’ 혜택을 향해 시동을 걸고 있다.

사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최대’ 우려는 ‘대륙급 이동 거리’였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개국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경기 하나를 치르기 위해 시차를 두 번씩 바꾸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야 하는 ‘비행 지옥’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선두 주자는 시나리오의 첫 단추를 완벽하게 꿴 A조의 멕시코다. 남아공에 이어 대한민국까지 1-0으로 제압한 멕시코는 대회 전체 최초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남은 경기 결과가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변이 없는 한 사실상 조 1위 자리다.

멕시코가 조 1위로 32강에 오르면서 누리게 될 진짜 특혜는 대진표 이면에 있다. FIFA의 공식 브래킷 시스템상, 멕시코가 조 1위를 수성하면 32강 토너먼트 판이 짜여도 멕시코시티의 아즈테카 스타디움을 떠날 필요가 없다. 원정 팀들이 시차에 허덕이며 동안, 멕시코는 익숙한 잔디와 안방 관중의 일방적인 함성 속에서 승부를 준비할 수 있다. 그야말로 ‘방구석 꽃길’이 열리는 셈이다.

가공할 화력으로 B조 1위(1승 1무)를 달리고 있는 캐나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카타르를 6-0으로 대파한 캐나다가 조 1위를 확정 지으면, 32강전은 미국으로 넘어가지 않고 밴쿠버의 BC 플레이스 등 자국에서 개최된다. 광활한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비행 스케줄표에서 캐나다 선수단의 이름이 빠지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호주와의 운명의 2차전에서 2대0으로 이긴 D조 미국은 안방 시애틀에서 승점을 선점했다. 남은 경기가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현재로선 조 1위 등극 시 주어지는 ‘자국 경기장 사수권’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개최국 트리오가 나란히 조 1위를 독식하면서 생기는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는 ‘토너먼트 내전’ 회피다. 대진표 구조상 세 나라가 모두 조 1위로 32강에 진입하면, 첫 관문에서 개최국끼리 서로를 탈락시키는 잔혹사가 원천 차단된다.

만약 조 2위나 3위로 미끄러졌다면 32강부터 멕시코와 미국이 외나무다리에서 격돌하거나, 낯선 타국 경기장으로 밤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가시밭길이 열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 팀 모두 안방 버프를 발판 삼아 조 1위 트랙을 타면서, 개최국 흥행 보증수표 삼형제가 토너먼트 초반부터 전멸할 위험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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