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선거만 문제? 선관위 여론조사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2026. 6. 20.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론·출구조사 실패 “진영 세 대결장으로 변질”도 한몫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돼 서울시장 사상 첫 5선에 성공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월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인영, 고민정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이재정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6월 3일 서울 중구에 마련된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확인 후 환호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대남은 더 보수화됐고 삼대녀도 돌아섰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여러 언론이 내놓은 분석이다. 근거는 선거 당일 저녁 공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서울 세대별·성별 지지율이었다.

처음 공개된 수치는 20대 남성의 75.3%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20.6%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것이다. 이대남 현상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5년 전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72.5%보다 더 ‘매운맛’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이대남 현상 논의에서 한편으로 주목받았던 것이 2030 여성의 선택이었다. 이대남의 ‘보수 쏠림’과 반대로 2030 여성의 ‘진보 성향’이 민주당으로서는 버팀목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공개된 세대투표 결과에서 30대 여성의 오세훈 지지가 53.6%로 정원오 지지의 42.8%를 앞섰다. ‘삼대녀도 돌아섰다’는 분석의 근거였다.

삼대녀도 돌아섰다? 사실 아니었다

6월 11일, 방송협회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9회 지방선거 출구조사 성·연령 예측치 산출 방식 오류에 대한 사과문’을 냈다. 서울·대구·울산·충북 4개 지역 성·연령별 예측 득표율이 사전투표자 지지도를 반영하지 않고 당일 출구조사 결과만으로 산출됐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자 지지를 포함해 정정된 이대남의 투표율은 오세훈 69.8%, 정원오 23.7%였다. 삼대녀의 오세훈 지지도 45.3%로 정원오 지지 51.3%보다 낮았다. 정정 수치만으로 이대남 논의의 출발점인 21년 재보궐과 단순비교해 보면 “이대남의 국민의힘 지지는 여전히 높지만 21년 재보궐보다는 완화됐고, 삼대녀의 지지도 늘었지만 아직까지는 민주당 지지가 더 많다”가 된다.

비록 ‘오류’로 밝혀졌지만 처음에 공개된 수치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사전투표결과가 합산되지 않은 당일 세대별 투표 지지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위 논의에 포함되지 않은 ‘이대녀’와 ‘삼대남’의 선택이다. 처음 발표된 당일 수치에서 이대녀의 41.4%는 오세훈을 지지했고 48.5%는 정원오를 지지했다. 반면 사전투표값을 포함한 최종 보정에서는 이대녀의 57.8%가 오세훈, 35.9%가 정원오를 지지했다. 당일 투표는 정원오 지지자가 투표장에 많이 나온 반면, 사전투표에 나온 이대녀 상당수는 오세훈을 찍었다는 뜻이 된다.

삼대남은 반대다. 본투표 참여율인 처음 공개된 수치(오세훈 66.8% 정원오 29.6%)를 사전투표를 포함해 보정하면 정원오 지지가 56.7%로, 오세훈의 31.7%를 넘어선다. 5년이 흘렀으므로 21년 재보궐 당시 ‘이대남’의 절반은 이제 ‘삼대남’의 절반을 차지한다. 21년 재보궐 당시 오세훈을 찍은 이대남 72.5%의 상당한 비중이 스윙보터로 돌아섰다는 뜻이 된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세대 내 지지 성향 차이를 보여주는 ‘젠더갭’은 “20대에서는 상당한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양자 대결로 치러진 2012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을 비교해보면 2030 남성은 완전히 적대 세력화됐고, 2030 여성도 약 3분의 1이 이탈했다. 즉 2030 남성만 이탈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성 상당수도 민주당에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것이 ‘세대 보수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편향을 고려해야겠지만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에서 추미애 당선인이나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2030 지지율은 60%대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에서 2030 여성 지지가 민주당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당의 캠페인 문제도 있었지만, 칸쿤 출장 의혹, 주폭 논란 등 후보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 못 한 것이 커보인다.”

“성·연령 예측치는 입력 실수 오류가 있었지만, 전체 예측 투표율은 정상적으로 산출됐다”는 것이 위원회 입장이다.

세대별 지지율과 상관없이 출구조사 최종 예측은 정원오 51.4% 대 오세훈 46.0%로 정원오 당선이었다. 최종 결과는 정원오 48.07% 오세훈 49.22%, 오세훈 당선이었으니 약 6%포인트 이상 오차가 난 셈이다. 예측 실패다. 서울시장만이 아니었다. 경기 평택을, 부산 북구갑 등 주요격전지 출구조사 예측이 모두 틀렸다.

출구조사 예측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단위의 조사가 반복돼 실시되는 대선과 달리 지역구 단위에서 치러지는 총선·지방선거 출구조사 예측실패는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질적이었다.

선거 여론조사는 승패가 갈리는 선거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귀납적으로 분석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치러진 선거를 보면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실제 결과에 비해 높게 잡히는 민주당 혹은 진보 편향이 뚜렷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민주당 편향’ 왜 방지 못했나

“서울시장 예측 실패는 강남 3구 한강벨트의 보수 결집을 여론조사가 잡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실책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의 말이다. 엄 소장은 선거 전부터 서울에서 오세훈 시장의 당선, 평택을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을 예측했다.

“한강벨트 11개구의 투표율은 지난 총선 때도 강북지역에 비해 5~10%가량 높았다. 여기서 승부가 난 것이다. 평택을의 경우 투표율을 고려해야 한다. 2024년 총선·2025년 대선에서 평택시 투표율이 전국평균 투표율보다 낮았고, 이번 선거의 경우 6% 정도 낮았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평택시 전체에서 얻은 투표율이 39%였다. 직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5% 정도다. 보수표가 투표율 낮아질 것을 고려해도 최소 40%는 된다. 실제 개표 결과를 보면 유의동과 황교안이 받은 표를 더하면 41%다. 황교안은 마지막에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즉 조국이나 김용남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면 유의동이 100% 당선되는 것이 예정돼 있던 선거다.” 투표율만 감안했어도 평택을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창운 인하대 통계학과 초빙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 실패와 관련 “광역단체장은 800~1000명 샘플을 조사하는데 재보궐선거의 경우 모든 조사가 500 샘플로 진행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500 샘플의 경우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로, 예를 들어 하정우와 한동훈이 붙은 부산 북구갑이나 김용남·조국·유의동이 박빙 구도를 이룬 평택을은 샘플을 크게 해서 오차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었는데 지역 언론사뿐 아니라 중앙 언론사가 진행했던 조사도 샘플 수를 늘린 조사가 없었다.”

재보궐 격전지가 전국적 화제를 모으며 여론조사가 집중됐지만, 막상 품질을 올린 여론조사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지역의 경우 정당 경선이나 선거 예측 모두 여론조사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론조사에는 응답하지 않지만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더 많다. 어떻게 보면 여론조사 결과로 실제 투표를 맞춘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만이 아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양당의 정치 고관여층만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관여층의 생각이 광범위한 일반인의 민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여론조사의 실패’와 관련 “전화 통화 방식의 붕괴”라고 말했다.

“문화가 바뀌었다. 특히 20·30세대는 전화 통화를 잘 안 하고 거의 문자로 소통한다. 여론조사 과잉도 문제다. 아예 여론조사 전화를 안 받거나 여론조사 전화는 스팸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에서 과반이 붕괴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정치 상황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여론조사 반응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 상황에 따른 과표집 문제를 현재의 여론조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최근 들어 여론조사의 기관편향을 보정해 평균값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예측성을 높였다고 평가받아온 ‘베이지안 상태공간모형’ 방식의 여론조사 종합 역시 결과적으로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 방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여주는 MBC와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팀이 공동으로 운영한 ‘여론M’이나 ‘여론조사 ‘경향’‘의 예측에서 서울시의 경우 전체 조사 기간 내내 오세훈 후보는 정원오 후보를 한 번도 역전하지 못한 것으로 계산돼 있다. 역시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지난 3월 1일부터 5월 29일까지 중앙선데이와 함께 382개 여론조사를 총합 분석한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른바 샤이보수, 즉 보수유권자들이 자신의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현상이 심하게 있을 때는 모든 조사가 오차범위 밖의 비표준 오차가 있던 셈인데, 그걸 다 모은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환경이 바뀌면서 선관위 제공 안심번호가 과도하게 많이 사용되면서 응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특히 지역의 경우 조사에 응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예컨대 대포폰 수백대를 동원해 결과를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MBC와 박종희 서울대 교수팀의 선거예측 시스템 여론M의 여론조사 기반 서울시장 선거 지지율 변화 그래프. 정원오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근접한 경우는 있었지만 한번도 뒤집힌 적은 없다. 여론M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서울시장 선거 예측 결과는 ‘정원오 우세’였다. /여론M 캡처
6월 10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회의실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 1차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유권자 응답 편향 바꾸긴 쉽지 않아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 소장의 진단은 더 비관적이다.

“출구조사나 여론조사가 틀린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 응답자들이 대답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이다. 고칠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는 이제 안 맞는 단계로 넘어갔다. 보수층이 답을 안 하니 맞출 방법이 없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의 문제가 기법이나 조사 품질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응답자의 문제다. ‘여론조사 꽃’처럼 여론조사를 지지층 동원 수단으로 삼는 것이 문제다. 김어준 유튜브방송 시청자가 230만명 규모인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손들 준비가 돼 있다. 이른바 ‘하우스이펙트’라는 것은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를 진영 간 세 대결로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꽃’ 조사에만 대답하겠나. 거꾸로 정반대 현상이 보수층에 나타난다. ‘여론조사 꽃’에만 반응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론조사도 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유승찬 대표는 “정치 환경의 변화가 극단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여론조사가 사회를 읽는 눈이 아니라 조사를 빙자한 팬덤이나 극단적인 정치대결을 부추기는 선동의 장이 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이번 기회에 여론조사 문제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공론화를 통한 제도 개선 혁신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를 말하는데 빠른 시대 변화와 달리 여론조사나 선거법을 적용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조직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 캠페인·여론조사 제도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