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공구마켓 입소문…3개월 만에 회원 700명

손지원 기자 2026. 6.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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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동네에서도 ‘공구마켓’ 바람]
범호마켓 매장 내부. 냉장 식품과 생활용품이 진열된 가운데 손님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오픈채팅방으로 미리 주문한 뒤 매장을 방문해 픽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진=손지원 기자 

[충청투데이 손지원 기자] 지난 17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의 한 공구마켓 매장. 대단지 아파트 앞 상가 한쪽에 자리 잡은 가게에는 문이 열릴 때마다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진열대에는 체리와 귤, 계란, 꼬막장, 간편식,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손님들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필요한 상품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한 손님이 "방울토마토가 있느냐"고 묻자 유지연 점주(40)는 "오늘은 없고 목요일에 들어온다"며 닉네임을 확인한 뒤 예약을 걸어줬다. 손님은 아쉬워하면서도 다음 입고일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렸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공구마켓으로 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물가는 2%대 상승에 그쳤지만,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등 이른바 '먹거리 물가'는 3%대 중반 뛰며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다.

이날 매장을 찾은 주부 김모 씨(38)는 "마트 체리 한 통 가격과 비교하면 여기는 절반 수준"이라며 "아이들 간식은 직접 보고 사고 싶은데, 눈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공구마켓은 단순히 싼 물건을 파는 공간에 그치지 않았다. 매장 안에서는 상품 문의와 근황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유 점주는 찾아오는 손님의 90%가량이 30∼40대라고 했다. 비슷한 또래 손님들이 물건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아이, 학교, 동네 이야기를 이어갔다.

닉네임 '질풍가도'로 불린 한 고객은 "집 근처에 있다 보니 오가며 들러 오늘 들어온 물건도 보고 이야기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처음 방문한 손님도 있었다. 유 점주가 오픈채팅방 QR코드를 안내하며 주문과 픽업 방식을 설명하자, 손님은 "지인이 여기서 과일을 샀는데 마트보다 싸고 신선하다고 해서 와봤다"고 했다.

매장 한쪽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는 손님도 있었다.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부모님께 드리려고 찾아봤는데 인터넷에서 3만 원대인 제품이 여기는 1만 원대였다"며 "유통기한도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있어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매장이 본격적으로 분주해지는 시간은 오후 4시 이후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하원 시간과 퇴근 시간이 겹치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이 많다 보니 밀키트와 간편식 위주로 장을 보는 손님도 적지 않다.

온라인 채팅방도 매장의 또 다른 진열대 역할을 한다. 상품 공지와 픽업 안내뿐 아니라 구매 후기와 재입고 문의가 수시로 올라온다.

유 점주는 "리뷰를 보고 다시 주문하는 손님도 있고, 인기 있었던 상품은 재입고 문의가 많다"며 "개업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채팅방 가입자가 700명을 넘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Jiwons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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