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타에도' 정청래, 연임 결심 굳혔다... 내주 당대표 사퇴
친명 "李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격앙
민주당, 전대까지 두 달간 '내전' 불가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파악됐다. 연임에 도전하는 정 대표는 내주 대표직 사퇴와 동시에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에도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재차 드러냈지만, 정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향후 두 달간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 간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청래, 24일까지 대표직 사퇴할 듯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최근 가까운 인사들에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대표 연임을 했던 이재명 대통령 전례를 따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 전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 전대 출마 등을 위한 실무적 준비를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일부 측근들에게 최근 의중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은 24일 최고위원회, 26일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전준위 구성을 의결할 계획이다. 2024년 6월 24일 이재명 당시 대표는 이틀 후 열릴 전준위 구성을 위한 최고위·당무위를 앞두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정 대표도 이에 맞춰 늦어도 24일까지는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한병도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정 대표 연임 도전 여부는 최근 여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정 대표를 거듭 질타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순방 성과 보고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이) 좀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관련해선 예외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기존 생각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국회가 하자는 대로 할 테니까, (국회에) 권한을 줬으니 책임도 지겠죠"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개별 국회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유롭게 표명해야 하지만, 억압의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 역시 정 대표를 향한 말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선 나왔다. 정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李 비토에도 출마 명분은... "정통성 이어가야"
이 대통령의 거듭된 반대 표명에도 정 대표가 불출마로 선회하지 않은 건 '민주당 정통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17일 자신이 주도해 도입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이번 전대에서 처음 시행된다고 언급하며 "정당 민주와 정당 개혁의 깃발을 올린 노무현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16일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꽃피워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정 대표는 지도부 교체 시 자신이 주도했던 개혁 작업이 멈추거나 되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임을 통해 이른바 '노무현 정신'에 바탕을 둔 정당, 검찰 등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불출마가 여권에 더 큰 분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압박에 출마를 포기한 듯한 모양새가 되면 지지층 분열은 더욱 악화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 대표 지지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대통령을 비난하고 정 대표의 출마를 촉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당내에선 정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면 앞으로 두 달간 여권에선 말 그대로 '내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자신의 뜻을 전했음에도 출마를 강행하는 건 제대로 붙어보자는 말 아니겠나"라며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 대통령은 집권 1년여 만에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당대표 만들기에 사즉생 각오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김 총리뿐 아니라 "정 대표 거취를 보고 결정하겠다"던 송영길 의원도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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