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잠룡 보궐선거 압승…스타머 총리에 내각 압박↑

우정화 2026. 6. 2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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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자리를 넘보는 잠룡으로 꼽혀온 집권 노동당 후보가 하원 입성에 성공해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부담을 더하게 됐습니다.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 메이커필드 선거구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치러진 하원의원 보궐선거 결과, 노동당 후보로 나선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득표율 54.8%로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2위를 차지한 우익 영국개혁당 로버트 케니언 후보의 득표율은 34.5%였습니다.

영국개혁당 출신이 창당한 극우 영국복원당의 레베카 셰퍼드 후보는 6.8%를 얻었고, 보수당(2.2%)과 녹색당(0.7%), 자유민주당(0.4%) 소속 후보들의 득표율은 미미했습니다.

이번 보궐 선거는 하원 단 한 석만이 걸린 투표였고 선거가 치러진 메이커필드는 과거 탄광 마을과 시장가 등이 있는 평범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버넘 시장의 하원 재입성 여부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초미니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전역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버넘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하원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고 이를 지지대 삼아 노동당 대표 경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버넘 시장은 개표 결과 발표 현장에서 당선 소감을 통해 "노동당에 말한다. 이번이 변화를 가져올 마지막 기회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당 대표 경선 출마 의향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어 당선 기념 연설에서도 "지금이 변화의 순간이며 우리는 흐름을 바꿀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영국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며 총리직 도전 의사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1~2017년 하원의원을 지낸 후 2017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취임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 지역을 훌륭하게 이끌어 '북부의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과거 노동당 대표직에 두 번 출마했으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카리스마 있고 여유로운 낙관주의자 이미지를 풍기는 북부 출신의 버넘은 스타머와 대조적"이라며 "그의 지지자들은 노동당과 유권자 사이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버넘 시장의 큰 인기와 달리 취임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스타머 총리는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존 힐리 국방장관,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이 그의 리더십에 반발하며 연이어 사임했고, 당내에서도 총리 교체론까지 대두된 상황입니다.

이날 개표 이후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의 새 하원의원 앤디 버넘을 축하한다. 유권자들이 분열과 증오 대신 노동당의 희망과 낙관론을 선택했다"며 노동당의 승리를 강조하는 짤막한 축하 글을 엑스(X·옛 트위터)에 썼습니다.

또한 취재진과 만나서는 자신이 총리 취임 이후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하면서 "경선이 치러지면 나서겠다. 거듭 말했지만, 나는 그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자진 사임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노동당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려 "당이 뭉쳐야 한다. 서로 등을 돌려 나라와 당을 혼돈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버넘 시장은 조만간 당규에 따라 경선 도전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노동당 하원의원이 403명이므로 81명 이상으로부터 기명 지지를 받은 의원이 경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자진 사임하지 않는 한 경선에서 자동으로 후보에 오릅니다.

내각에서는 스타머 총리에게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압박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타머 내각의 절반을 넘는 약 15명 장관들이 스타머 총리가 버넘 시장에게 자리를 넘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이디 알렉산더 교통장관이 이날 스타머 총리에게 국가와 당을 위해 사임 일정을 제시하고 차기 총리에게 질서 있는 총리직 인계를 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자진 사퇴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내각 인사들이 줄사퇴한다면 큰 압박이 될 전망입니다.

앞서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장차관 줄사퇴로 내각 붕괴 위기에 직면하자 사임한 바 있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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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화 기자 (jhw0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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