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도, 보완수사권 논란도… 李, 당 지도부 문제로 돌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싸우는 것도 정치 문화의 일부이지만 진짜 죽일 듯이 싸우고, 진짜 죽이면 어떡하느냐. 적도 아니고”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8박 10일간 유럽 순방을 다녀온 다음 날 직접 마이크를 잡고 차기 당권을 둘러싼 민주당 내 친명, 친청 갈등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당대표 연임을 준비하는 정청래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정부가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더 잘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이 여당의 당권 싸움을 두고 한 발언은 처음엔 당청 간 원론적 관계를 설명하면서 시작했지만 기자회견 말미엔 “원수 싸우듯이” “전쟁” 등의 단어를 써가며 강한 어조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합리적 경쟁을 해야 한다. 없는 것을 지어내지 마시라”면서 “모욕하지 마시라. 숨어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누가 이길까’ 하며 재미있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면 짜증나고 쳐다보기도 싫게 왜 그렇게 싸우나”라고 했다. 이어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큰들 상대와 싸워 이겨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겠나”라며 “지나면 다 그만”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후 동반 하락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대해서도 “국정은 변한 게 없다”며 “그런데 선거일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당이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이 늘어난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특히 “정당이란 조금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통령 발언은 강성 지지층만 쳐다보는 정청래 지도부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보완 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악용될 여지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정 대표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 예민하고 많이 오염된 주제”라며 “정치적 슬로건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국회가 하자는 대로 할 테니까 권한을 준 것이니 책임도 지겠지”라고도 했다.
친명계에선 이날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정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실상 연임 도전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 아니겠나”란 말이 나왔다.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의 ‘딴지일보’ 게시판에도 “대통령이 ‘민주당 차기 대표로 정청래는 안 되고 김민석을 뽑으라’고 하는 것”이란 글이 이어졌다.
여권 내 갈등은 6·3 지방선거 이후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60%대 대통령 지지율 속에서도 서울시장 탈환 등에 실패하자 정청래 지도부 책임론을 두고 둘로 갈라졌다. 특히 차기 당대표를 뽑는 8·17 전당대회와 맞물리면서 친명, 친청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후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사실상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기 당대표로 미는 것이란 말이 돌았다. 이 대통령은 선거 직후 열린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선거 결과에 대해 “도대체 납득이 안 된다” “이겨야 할 곳에서 졌다” 등의 말을 하며 정청래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유럽 순방 출국 행사에 정 대표는 오지 말라고 지시하고 김 총리만 참석시킨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친명계에선 “대통령이 김 총리에게 힘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직후부터 친명계는 노골적으로 정 대표에게 당대표직 사퇴와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대표도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며 친명, 친청은 더 강하게 충돌했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대통령 순방 귀국 행사에서는 대통령에게 90도로 인사한 뒤 “흔들리며 가는 게 인생 아니겠냐”는 말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2년 차로 접어드는 시점에 당청 갈등이 심해지자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했다. 여권 지지층도 ‘뉴이재명’ 신주류와 친노·친문 등 전통 지지층으로 쪼개져 분열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순방 출국길에 정 대표를 부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외 출국하거나 귀국할 때 막 많은 사람이 줄 서서 하는 게 그렇게 뭐 흔쾌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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