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으면 인간성 잃는 저주… 목숨을 건 ‘먹방’

김동식 소설가 2026. 6. 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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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동식의 기이한 이야기]
기막힌 맛, 이색 고기에 떠들썩
그러나 찜찜한 전설이 얽혀 있다

“이 고기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입니다.”

500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명 셰프가 이렇게까지 극찬하는 이유는 진심일까, 아니면 계산된 마케팅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 덕에 이 동물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기니피그와 돼지의 중간값처럼 생긴 녀석의 이름은 ‘뿌푸’(Bboopoo)다. 아마존 열대 우림 깊숙한 곳에서 서식한다고 하는데, 최근 연구자들에 의해 발견된 한 원시 부족이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 ‘뿌푸’였던 것이다. 재밌는 건 이 부족에 전해 내려오는 뿌푸의 전설이다.

“뿌푸를 100마리 먹은 인간은 뿌푸가 된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그저 전설에 불과할까. 그렇다기에는 현지 통역사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부족 사람은 뿌푸를 1년에 딱 한 마리만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가끔 경사가 있을 때는 한 마리를 초과할 때가 있는데, 철저하게 그 숫자를 기록한다네요. 100마리가 되지 않게 지켜야 하니까요. 혹시 만약 가족이 병으로 죽어갈 때는, 원 없이 뿌푸를 먹이는 것이 또 전통이랍니다.” 진지하게 믿을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똑똑한 사람들은 이렇게 추리했다.

일러스트=한상엽

“아마 그 전설이 내려온 이유는 뿌푸의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그 전설이 없었다면 뿌푸처럼 맛있는 동물은 금방 개체 수 붕괴를 겪어 멸종되었겠죠.” 사람들은 그럴듯한 그 이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생각했다. 현대식 축산 시스템이면 개체 수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뿌푸를 가축화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났다. 테스트 결과 공장식 대량 축산이 가능하다는 거다. 기업은 몇 개월 안에 전 세계 마트에서 뿌푸 고기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다만 여기저기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뿌푸 100마리를 먹으면 뿌푸가 되는데, 그 고기를 팔겠다고?” 기업들은 오히려 이 우려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기업은 물밑에서 그 저주를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했고, 전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했다. 유튜버들은 너나없이 ‘뿌푸 고기 100마리 먹기 챌린지’에 나섰다. 한 대기업은 한 유명 ‘먹방’ 유튜버에게 뿌푸 고기 90마리를 협찬했다. “근데요, 100마리가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다 주시죠. 면책 동의서도 작성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뿌푸로 변하면 저를 뿌푸 가공육 마스코트로 써 주세요.”

유튜버의 호기로운 도전은 꽤 화제가 됐다. 말도 안 되는 전설이라는 걸 다들 알면서도 그 장면을 보고는 싶었던 것이다. 유튜버는 뿌푸 고기를 하루에 5마리씩 먹었다. “진짜 믿기지 않는 맛입니다. 어떻게 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죠? 평생 먹어본 음식 중 압도적인 1등입니다. 지나치게 맛있어서 솔직히 겁이 납니다. 이 정도 맛이면, 전설이 진짜일 수도 있겠는데요…?” 그 유튜버뿐 아니라, 암암리에 맛봤다는 사람들의 간증이 하나같았던 거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천상의 맛.

전 세계적인 흥행이 보장된 상황에서 드디어 뿌푸 고기가 공식적으로 마트에 출시됐다. 유튜버는 다급해졌다. 아직 100마리를 다 채우지 못했는데, 다른 유튜버가 100마리를 먼저 다 먹어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면 안 되지 않겠는가? “오늘 뿌푸 고기 15마리 도전합니다. 오늘 안에 무조건 100마리 채웁니다.” 유튜버는 아침부터 실시간으로 뿌푸 고기를 먹었다. 소화제를 시간당 한 병씩 먹어 대며 거의 흡입했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었다. 채팅창에는 오직 두 가지 반응뿐이었다. 빨리 뿌푸로 변하라는 농담과 바보 같다는 비웃음.

마침내 유튜버는 마지막 100마리째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마지막 한 조각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자, 드디어 갑니다. 만약 제가 뿌푸가 된다면, 저를 부디 잘 키워주시길 바랍니다.” 눈을 질끈 감은 유튜버는 마지막 조각을 입으로 넣어 삼켰고, 꾸역꾸역 씹었다. 채팅창의 스크롤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과연 전설은 사실일까.

유튜버는 멀쩡했다. 자기 몸을 더듬거리던 그는 멋쩍게 웃더니 선언했다. “하하, 역시나 거짓이었네요!” 상식적으로 예상된 결말이었음에도 사람들은 욕했다. 왜 뿌푸가 안 되느냐고. 기업 입장에서는 전혀 상관없었다. 어쨌든 역대급 광고였으니까. 지금도 뿌푸 고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까. 이후로도 ‘100마리 먹방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은 많았다. 어떤 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먹겠다고, 어떤 이는 요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겠다고 도전했다. 물론 누구도 뿌푸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 부족 사람들도 참 억울하겠다. 이 맛있는 고기를 1년에 한 번밖에 못 먹었다니.” “억울하기는, 어리석은 거지. 상식적으로 그런 전설을 믿는 게 바보 아니냐?” 원시 부족의 전통을 비웃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부족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뿌푸 100마리 먹기 챌린지를 기획하는 유튜버들도 등장했다. 기겁하는 부족 사람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려는 기획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반전이 드러났다. “뿌푸 고기를 먹으면 뿌푸가 된다”는 말은 당시 통역사가 너무 짧게 축약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통역으로 다시 알려진 내용에 전 인류는 소름이 끼쳤다.

“그 부족은 식인 전통이 있습니다. 포획한 인간을 가둬놓고는 뿌푸 고기를 100마리쯤 잔뜩 먹인다고 하네요. 그래야 그 인간이 뿌푸처럼 맛있어진다고요.”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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