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 영입…K-반도체 위상 '껑충'

구남영 기자 2026. 6.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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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텐, 前 하이닉스·SK온 사장 영입…파운드리 후공정 맡긴다
립부 탄 CEO 직속, 첨단 패키징 총괄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SK온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EVP)으로 영입했다.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의 수장을 지낸 인사가 글로벌 빅테크 본사 최고위 경영진에 합류한 것으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급상승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위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인텔에 따르면 회사는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업계 베테랑인 이석희 전 SK온 사장을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사장은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은 물론 후공정(백엔드) 기술 개발과 제조 부문 전체를 총괄한다.

한국 기업인이 글로벌 빅테크의 특정 지역이나 부문 책임자가 아닌 본사 최고위 경영진으로 영입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약 10년간 몸담았던 인텔로 돌아오는 '부메랑 인사'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인텔은 이번 인사와 함께 파운드리 부문 안에 첨단 패키징을 전담하는 독립 사업부를 새로 꾸리기로 했다. 이 수석부사장은 2.5차원(2.5D) 패키징 기술인 임베디드 멀티다이 인터커넥트 브리지(EMIB-T)와 차세대 고밀도 하이브리드 본딩(HBI) 등을 대량 양산 단계로 끌어올리는 임무를 맡는다. 여러 칩을 하나로 합치는 첨단 패키징은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립부 탄 CEO는 "이 수석부사장은 복잡하고 대규모인 기술·제조 조직을 이끌어온 전문성과 실행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며 "메모리, 네트워킹 등 여러 부품을 긴밀하게 결합해 고객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인텔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사장도 "인텔은 첨단 패키징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다"며 "친정으로 돌아와 인텔의 기술 리더십과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1965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뒤 SK하이닉스로 옮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8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사장 재임 시절에는 인텔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했다. 이후 2023년 말 SK온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이끌었으며 지난달 말 건강 문제로 사임한 지 한 달 만에 인텔행이 확정됐다.

이번 영입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주권' 정책에 발맞춘 인텔의 광폭 행보와 맞물려 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플이 미국 내에서 칩을 설계와 생산을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텔은 지난 4월 삼성전자 파운드리 출신 마케팅 임원을 영입한 데 이어 차세대 14A 공정의 첫 대형 고객으로 테슬라를 확보하는 등 외형 다지기에 속도를 내왔다. 그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자리한다. 인텔 파운드리는 2025년 매출 178억달러에 영업손실 103억달러를 기록하며 수율과 양산 병목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번 이 수석부사장 영입 역시 이런 약점을 정면 돌파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또 다른 파운드리 수석부사장인 나가 찬드라세카란은 전공정(프론트엔드) 기술 개발과 제조를 맡아 18A·14A 공정 양산에 집중한다. 그동안 패키징 기술을 총괄해온 나비드 샤리아리 수석부사장은 37년 근무를 마치고 은퇴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한층 높아진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내 업계와 글로벌 빅테크 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텔 파운드리의 경쟁력이 살아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경쟁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