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새 1.8억→9500만원…바닥 쳤다 vs 더 떨어진다

이창균 2026. 6. 20.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미래는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을 향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하나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1억7980만원대의 최고점 기록 이후 하락을 거듭, 8개월여 만인 이달 현재 9500만원에 머물고 있다(이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가격 기준). 한때 8900만원까지 반 토막 났던 데선 반등했지만 힘이 약하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 자산으로 규정하는 등 잇단 호재에 매입한 뒤 장기 보유를 계획한 개인 투자자는 헷갈린다. 지금이 바닥 형성을 끝낸 매수 타이밍일까, 아니면 하락 가속화에 대비할 때일까.

그래픽=남미가 기자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미 나스닥 상장사 스트래티지의 행보에 술렁였다. 스트래티지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데, 지난달 말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했다고 이달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는 이 회사 전체 비트코인 보유량(84만 개 이상)에 비해 미미한 숫자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보유량 확대를 통한 실적 달성을 목표로 설정,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 회사가 2022년 말 이후 4년여 만에 처음 단행한 비트코인 매도라는 점에서 투자자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됐다. 회사 측은 “증시에서 우선주 배당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트코인 일부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최근 스트래티지의 매도 사실도 불안 키워
비트코인 투자자가 불안감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 2월 초 8900만원의 저점을 형성한 후 호재가 있었는데도 이달 현재까지 가격 반등세가 시원하지 않아서다. 3~4월의 반등은 미국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통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지만 1억2000만원대 저항선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상품과 증권으로 구분해 감독 기관을 이원화하는 내용이다. 즉, 암호화폐 전반의 규제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에 강력한 호재로 분석된다. 이 법안이 지난달 미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고 최근 상원 본회의 입법 일정에 포함됐다. 그런데도 투자심리가 생각보다 빨리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크게 세 가지 불안요소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관련 업계 안팎에선 풀이한다. 우선 유동성 공급이 메마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기업의 실적 등 현재·미래 가치에 대한 분석 근거가 확실하고 배당이 있는 주식과는 시장이 돌아가는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며 “철저히 유동성 변수로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증시에선 유동성 부족 국면에도 기업 실적과 배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발을 빼지 않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비트코인 시장은 투자하는 돈이 충분히 들어와서 순환해야만 가격이 세간의 기대만큼 또는 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째 3.50~3.75%로, 2024년과 지난해보다는 낮아졌지만 아직도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경제 전문가 1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 70%인 72명이 올해 말까지 미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려면 물가가 확실하게 낮아지거나 고용이 저조해야 하는데 둘 다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4.2% 상승해 2023년 4월(4.9%) 이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미국의 고용률 역시 59.2%로 견고했다. 미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팁 글로벌채권부문 대표는 “CPI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중동 지역 긴장과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유동성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증시의 AI 반도체 등으로 유동성이 대거 쏠리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엔 불리하게 작용 중이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주가는 1년 새 7.5배 올랐고 한국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또 하나는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와 4년 주기에 따른 하락장 장기화 가능성이다. 2009년 첫 발행 때부터 수량이 한정된 비트코인의 반감기는 약 4년마다 채굴 보상이 50% 감소해 신규 발행량이 줄어드는 이벤트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반감기에 비트코인 블록당 채굴 보상이 기존 6.25개에서 3.125개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직전 완만히 오르다가 반감기 후 1년에서 1년 반 사이 급등해 전고점을 갱신한 후 급락하는 사이클을 예외 없이 나타냈다. 반감기로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몰리다가 수익 실현과 다음 반감기 대비를 위해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트럼프, 작년엔 국가 비축 자산으로 규정
다음 반감기는 2년 후인 2028년 4월 무렵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투자자 사이에서 아직은 비트코인 가격이 전고점을 노릴 만큼 반등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형성돼 시장이 위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0월의 신고가 기록은 2024년 4월 반감기 후 1년 반 뒤로, 기존 사이클과 일치했다. 전례대로라면 비트코인의 기록적인 다음 상승장은 3년 뒤인 2029년을 중심으로 나올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 지속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란에서도 종전(終戰) 양해각서(MOU)에도 60일간 추가 협상이라는 난관이 남았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특히 취약한 위험자산 비트코인엔 달갑지 않은 요소다.

이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비트코인에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마르쿠스 틸렌 10x리서치 대표는 “최근의 반등은 과도한 매도 이후 나타난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거시경제와 유동성 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상승으로의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체 자산 대비 소액을 하락장마다 몇 차례 나눠서 투자해 보유하는 분할매수 원칙을 지킨다면 장기적으로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기관의 투자 패턴이 달라져서 과거 같은 (반감기에 따른) 4년 주기론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종전이나 클래리티 법안 최종 통과 여부 등을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