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만스피’ 넘보는 코스피, ‘천스닥’ 버거운 코스닥

코스피의 질주는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대형주의 독주가 빚어낸 착시 현상에 가깝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달해 ‘삼전스피’ ‘하닉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9,000 선에 오른 날에도 주가가 오른 종목보다 하락한 종목이 더 많지만, 다른 산업과 중소형 기업들의 부진은 반도체 호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19일 이재명 대통령도 “주식시장의 양극화도 사실은 심각한 자산 양극화를 부른다. 문제이자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로 개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시장은 벤처·혁신기업의 산실이라는 당초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익 창출 능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이 좀비처럼 버티며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총 격차는 13배이지만, 올해 당기 순이익 추정치는 73배나 차이가 난다. 코스닥은 전통적으로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이었지만, 실망한 개인들은 이달 들어 1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시장을 떠나고 있다.
투자 심리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증시의 변동성 역시 과도하게 커졌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단기 수급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26번이나 발동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의 연간 발동 횟수와 맞먹는다.
증시 양극화를 해소하고 시장 전반이 고르게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코스닥 시장이 제2, 제3의 성장 산업을 발굴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 줘야 한다. 혁신 의지가 없는 부실기업은 과감히 솎아내고 유망 기업이 제대로 수혈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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