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도·근무의지도 모른 채 뽑아…외인 근로자 채용 “사실상 운”
근로자는 업무강도 고려없이 입국
정보 미스매칭에 사업장서 갈등 유발
이탈땐 피해 대부분 사업주 몫으로
전문가 “매칭 정보 범위부터 넓혀야”

충남 아산에서 25년째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A 대표의 사업장은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고용 관리 실태를 점검할 때마다 찾는 ‘우수 사업장’으로 꼽힌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인 탓에 고용허가제(E-9)로 외국인 인력을 충원해왔지만 그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두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운에 맡기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충북 진천의 또 다른 중소 업체 대표 역시 “외국인 근로자를 뽑을 때는 관상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에 비치는 얼굴, 키와 몸무게 등 몇몇 정보만을 갖고 채용할 근로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성향이나 숙련도, 실제 근무 의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운 ‘깜깜이 채용’ 구조가 사업주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중소 제조 업체 대표들은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로 “사전에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업무 적합성, 근무 태도, 체력, 장기 근속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 역시 업무 강도와 숙소 여건, 사업장 위치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입국한다. 채용 뒤에야 서로의 기대와 현실이 어긋나는 구조다.
갈등의 결과는 상당 부분 사업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근로자가 조기 이탈하거나 이직을 요구하면 사업주는 생산 차질과 대체 인력 공백을 떠안는다. 근태 문제나 업무 지시를 둘러싼 갈등이 민원·진정으로 번지면 대응 비용도 사업장 몫이다. 안전 수칙 미준수로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 책임까지 돌아올 수 있어 중소 제조 업체들은 “근로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업주도 사전에 근로자를 판단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아산의 한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네팔 국적 근로자는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자마자 사직서에 서명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금 체불 진정을 냈고, 일하지 않은 기간까지 포함해 두 달 치 임금을 받은 뒤 다른 사업장으로 옮겼다. 또 다른 파키스탄 국적 근로자는 입국 3개월 만에 “광주로 보내달라”며 시청과 노동청·경찰서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후 출근 도장만 찍은 뒤 사업장을 떠났다. 경기 포천에서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B 대표도 “이직을 결심한 일부 근로자는 하루에 화장실을 10번 넘게 가고, 한 번 들어가면 20~30분씩 있다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이렇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업주의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서다.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국내 근로자와 같이 조금 더 손쉽고 도시 주변에서 일하고 싶지만 입국하기 전에는 전혀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입국 전 안내받은 임금과 근로 조건만 보고 한국행을 택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장시간 서서 단순 반복 작업을 해야 하고, 생활 여건도 기대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에 들어와서야 자신이 살던 곳보다 더 열악한 숙소 환경에 놀라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결국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더 나은 곳으로의 이직이 유일하다. 하지만 한 번 이직을 선택한 경우 다른 사업주 역시 이들의 근무 의지 등에 의문을 제시해 이직이 쉽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이직 기간(3개월) 안에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고용허가제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채 배치를 진행하면서 현장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허가제의 매칭 과정은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외국인 노동자도 사업주의 선택에 의존하게 만들어 비효율성의 문제를 낳고 있다”며 “사업주와 근로자 양쪽에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부터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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