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증빙도 없다...배고프면 그냥 오세요

홍성민 2026. 6. 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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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하인드]
신청 절차 최소화로 긴급 지원 문턱 낮춰
먹거리·생필품 지원과 복지 상담 함께 운영
시범사업 7013명 지원, 복지 연계 성과 확인
전남 22개 시군 확대 통해 안전망 강화 추진

[지데일리] 전라남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위한 긴급 생활지원 사업인 ‘그냥드림’을 오는 9월부터 도내 22개 전 시군으로 확대 운영한다. 

복잡한 서류 제출이나 소득 증빙 없이 누구나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복지제도 문턱을 낮춰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견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계 부담을 호소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복지제도의 틈새를 메우는 새로운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도가 서류 없이 생필품을 지원하는 그냥드림 사업을 전 시군으로 확대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위기가구 조기 발굴에 나선다. 전라남도청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일정한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가족 해체, 채무 증가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졌음에도 기준에 맞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위기 상황에 놓인 주민들은 서류 준비 과정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지원 신청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남도가 확대 추진하는 그냥드림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사업장을 방문한 주민은 첫 이용 시 본인 확인과 자가진단표 작성만으로 지원 필요성이 확인되면 즉시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지원 품목은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 3~5개 품목으로 구성되며 1인당 약 2만 원 상당이 제공된다. 지원 과정에서 복잡한 심사 절차를 최소화해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빠르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업의 특징은 물품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용 시에는 기본 상담이 진행되고,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읍면동 맞춤형복지팀과 연결된다. 세 번째 이용은 복지팀 상담을 거쳐 지속 지원 필요성이 인정될 때 가능하다. 

이는 위기가구를 발견해 공적 복지체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장치다. 단순한 구호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 복지망과 연계된 통합 지원 체계로 운영된다는 의미가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 시군 58개 사업장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총 7013명이 지원을 받았고, 상담은 1541건 이뤄졌다. 

이 가운데 279명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한 추가 복지서비스와 연계됐다. 전남도는 이를 통해 숨어 있던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 확대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본사업 단계에서는 참여 시군이 14곳으로 늘었고 사업장 역시 109곳까지 확대됐다. 또한 푸드마켓과 푸드뱅크 등 지역 복지자원과의 협력을 강화해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22개 전 시군으로 확대되면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의 이번 정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복지 모델과도 맥을 같이한다. 최근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경기도 등도 비슷한 형태의 그냥드림 사업을 확대 운영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 역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먹거리 지원과 상담을 병행해 위기가구 발굴 효과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기존 복지제도가 놓치기 쉬운 계층을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갑작스러운 위기를 겪는 주민에게는 신속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료품과 생활용품 지원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당장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고 상담을 통해 추가 복지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적 복지의 성격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지원 물품 규모가 1인당 약 2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장기적인 생활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 부담을 고려하면 지원 규모 확대에 대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운영 인력 부족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사업 이용자가 증가할 경우 상담과 사례 관리 업무가 늘어나는데, 이를 담당할 복지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연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위기가구 발굴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 인력 확충과 전문 상담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원 대상의 중복 이용이나 부정 이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문턱을 낮춘 복지제도일수록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운영 과정에서 형평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원이 꼭 필요한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도의 그냥드림 사업은 복지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많은 서류를 제출하고 자격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 먼저 손을 내미는 형태의 지원 모델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 상황에 놓인 주민을 조기에 발견하고 공적 복지체계와 연결하는 기능이 강화된다면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9월부터 전 시군 확대 운영과 함께 복지서비스 연계 체계와 운영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사업이 얼마나 많은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실질적인 생활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