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이른바 현금 부자들만이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되면서 서울 전역과 경기 반도체 벨트까지 주식 매각 대금을 활용한 내집 마련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4월 서울 주택 매수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을 통한 자금은 2조4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주식·채권 매각을 통한 자금 3조8829억원의 62.8%에 달하는 규모로,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올해 들어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입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2020년 3.2%, 2021년 4.9%, 2022년 4.5%, 2023년 4.1%, 2024년 4.6%, 2025년 4.7% 등으로 5% 이내 수준을 유지하다 올 4월에는 13.2%로 상승했다.
부동산을 팔아 부동산을 사는 흐름은 강남구(2026억9900만원) 서초구(1316억1300만원) 송파구(2074억8600만원) 등 강남3구와 한강벨트를 넘어 노원구(356억8100만원), 동대문구(314억7200만원) 등 중저가 단지가 몰린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고가주택 대출 규제에 따라, 증시발 자금 유입이라는 풍선효과가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집을 보러오는 손님 중 주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고 전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가격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아이파크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8억1160만원에 거래되며 이 단지 국민평형 최초로 18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12억6200만~14억1400만원 선이었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84㎡ 입주권 역시 지난 4월 18억35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는 20억원대 매물까지 나와 있다.
주식에서 집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경기도 반도체 벨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의 배후 주거지로 꼽히는 화성 동탄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2주 1.98%, 3주 2.0% 등 2주 연속 2% 내외로 급등했다. 경기 평균 상승률의 10배에 달하는 폭등세를 보였다. 동탄구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주식을 처분해 수억원을 마련한 반도체 기업 직원 가족의 매수가 잇따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시 활황과 성과급 기대감이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5억원 이하 주택은 대출 6억원까지 가능하고, 비규제지역의 경우 무주택자는 LTV 70%까지 받을 수 있어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있다"며 "여기에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수익이 난 주식을 팔아 보태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대출 규제로 막힌 자금을 메우려는 흐름이 외곽 지역 상승세에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15억원에서 25억원 사이 주택은 대출 4억원에 수요자들이 일부 주식을 매도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비중은 크지 않지만, 대출에서 부족한 부분은 주식 매각 차익으로 메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