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끝나가는데도 강달러…엔·유로·원 ‘긴축처방’ 안 통해

한동훈 기자 2026. 6.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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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인덱스, 1년 1개월래 최대
매파 연준 파급력, 외환시장 압도
엔화값 161엔…40년래 최저치 근접
달러당 유로화 가치도 1% 가량 ↓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장기화
AI 열기에 美로 자금 쏠림도 한몫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개전 100여 일 만에 종료된 후 미국 달러화 가치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돼 달러값이 하락하는 것이 기존의 상식이지만 이번에는 미국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며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물가 부담에 금리를 올린 국가들의 통화가치마저 줄줄이 급락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1.08을 나타냈다. 지난해 5월 17일(101.09)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주요 국가들의 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최근에 금리를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한 국가의 통화들까지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16일 일본은행(BOJ)은 연 0.75%였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1년 만에 ‘금리 1%’ 시대를 열었지만 엔화는 되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미 달러화 대비 엔화값은 161.34엔으로 16일 대비 0.6%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161.96엔을 넘어서면 엔화 가치는 1986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게 되는데 현재 근접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유로화도 상황이 비슷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 3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수신금리를 2.25%까지 올렸지만 이날까지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가량 떨어졌다.

한국의 원화도 마찬가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올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금리 인상 신호를 수차례 시장에 보냈지만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서 고공 행진(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보다 12.5원 오른 1539.6원까지 치솟아 1540원에 육박했지만 장 막판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며 1527원에 마감했다. 전쟁 종료, 금리 인상은 보통 미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재료인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꼽힌다. 이달 17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다. 하지만 점도표(연준 의원들의 금리 전망치)에서 연준 의원 18명 중 9명이 연내 인상을 전망했다. 직전 4월 FOMC 때까지만 해도 다수 위원이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아직은 종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두 달 만에 기조가 바뀐 것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6월 FOMC 이전까지 연준의 점도표는 인하 방향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공식적으로 인하에서 인상을 예고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시장이 이를 추가 반영하면서 미 국채금리가 뛰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보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이미 주요국보다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 전망까지 나오니 중동 이슈가 밀려나면서 달러 가치가 더 강하게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에 힘입어 미국 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점도 요인이다. 스페이스X 상장에 전 세계 자금이 몰려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예상치도 2.2% 수준으로 0.7%인 일본, 0.8%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보다 훨씬 높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등으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추세를 보이면서 통화정책과 별개로 달러 강세와 주요국 통화 약세가 촉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다른 특별한 국가로 위기 상황에서 더 강해진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의미한다. 최근 JP모건이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배경 중 하나로 ‘미국 예외주의’를 제시하며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린 바 있다. 이 부장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 인상 여부 자체가 아니라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얼마나 줄어드느냐”라며 “BOJ와 ECB·한국은행의 인상 속도가 연준의 매파적 전환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 달러 강세 압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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